[천자칼럼] 푸틴 정적들의 의문사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소련 독재자 스탈린의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할아버지는 스탈린의 요리사였다. 이 때문에 서방 정보 분석가들은 푸틴이 스탈린에게 친근감을 갖고 있고, 그의 잔인한 정적 제거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푸틴의 홍차’를 빼놓을 수 없다.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은 2006년 옛 동료가 건네준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홍차엔 강한 독성의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었다.

2004년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을 폭로한 언론인도 차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가 목숨은 건졌으나 2년 뒤 총격으로 사망했다.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도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20일간 의식 불명에 빠졌다가 간신히 살았다. 나중에 독극물 중독으로 밝혀졌다.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는 영국에 머무르다가 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에 중독돼 죽을 뻔했다. 독극물 방식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표트르 쿠체렌코 과학고등교육부 차관은 비행기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사망했다. 푸틴에 비판적이던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영국 런던 자택에서 의문사했다. ‘반(反)푸틴’ 인사들은 병원, 건물 창문, 계단 등에서 줄줄이 죽임을 당했다.

이번엔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전용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이었지만, 무장 반란으로 ‘반역자’로 찍힌 지 두 달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나도 놀랍지 않다”며 푸틴의 보복을 기정사실화했다. 격추설, 기내 테러설 등이 나오지만 정확한 추락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푸틴에게 반기를 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절대권력에 눈엣가시가 되면 측근, 혈족이라도 잔인하게 제거하는 게 독재자들의 본성이다. 중국 마오쩌둥의 최측근 린뱌오는 러시아로 탈출하려다가 추락사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최고위 관료, 기업인, 연예인들이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췄다. 북한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독극물로 암살했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독재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