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만 혜택?…홍삼 등 건기식 시장 뒤흔드는 '엉뚱한 손'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당근마켓 등 개인 간 중고품 거래(C2C)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사고, 팔 수 있도록 국무조정실이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온라인 규제심판에 해당 안건을 올리고 찬반 여론을 수렴 중이다. 10일까지 의견을 모은 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강기능식품 등 관련 법령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시행 방안을 권고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의 엉뚱한 규제 발굴 '논란'

국무조정실의 발상은 쉽게 말해 선물로 받은 홍삼, 비타민 등의 건기식을 되팔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제품 안전성 관리 등 의무 사항을 준수한 허가 받은 판매처만 건기식을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판매업 신고제는 건기식을 반복적으로 유통하는 판매업자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당근마켓 등에서 이뤄지는 일회적인 개인 간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유권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건기식 개인 간 거래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뜬금없는 정부의 규제 개선안에 의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집에 방치한 홍삼 선물 세트를 당근마켓에서 거래할 수 없도록 한 현행 법률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규제 대못인가에 대한 의문이 첫 번째다. 국무조정실의 과잉 규제 ‘발굴’이거나 이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는 특정 집단의 ‘로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구를 위한 제도 개선인 지에 두 번째 물음표가 찍히는 배경이다.
당근마켓만 혜택?…홍삼 등 건기식 시장 뒤흔드는 '엉뚱한 손'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개인이 잘못 보관한 건기식을 비롯해 중국에서 넘어온 유해 상품까지 C2C플랫폼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능성이 첨가된 건기식에 대한 관리는 엄격하게 정부의 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찬성론자들의 논리는 “개인 간에 건기식 선물이 일상화됐고, 전체 판매량 중 63%가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며, 의약품과 달리 복약지도도 필요 없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 간 재판매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막상 건기식을 선물로 받았지만, 이를 집에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으니 재거래를 통해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그다지 긴급하지도,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규제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적자 수렁 벗어나기 위한 당근마켓의 전략?

개인 간 건기식 거래 허용을 누가 제안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제도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규제 개선 과제를 접수·발굴한다고 돼 있다. 그동안 불편을 느꼈던 개인들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청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건의자가 누구인지는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건의할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당근마켓쪽에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누가 제안했는지는 밝혀지기 어렵지만, 만일 식약처가 국무조정실의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누가 혜택을 볼지는 자명하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C2C 플랫폼이 최대 수혜자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회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며 “추가 자금 유치나 기업 공개(IPO)를 위해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건기식 거래 활성화가 나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499억원의 매출(영업수익)을 거뒀다. 전년에 비해 94% 증가했다. 하지만 회원 수에 비해 매출 규모는 여전히 작다. 중소 e커머스 업체인 티몬만 해도 지난해 영업수익이 1204억원에 달했다. 돈 나올 데가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개인 간 중고 거래가 주력 서비스인데 정작 돈을 벌 수 있는 부문은 광고 외엔 거의 없다. 지난해 광고 매출액은 495억원이고, 나머지 매출 항목은 상품 판매(1억7800만원), 수수료(4400만원), 기타(2억원) 등이다.

게다가 당근마켓은 2016년 신설 이래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564억원으로 영업수익을 넘어섰다. 당근마켓이 막강한 회원 규모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광고를 확대하는 길 외엔 없는 상황이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롱테일의 법칙으로 돈을 번 네이버처럼 다양한 품목에서 기업이나 셀러의 광고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만일 당근마켓에서 건기식 개인 거래가 활성화되면 이들을 겨냥한 광고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약사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를 비롯해 소비자시민모임, 미래소비자행동 등 소비자 단체들의 반발이 큰 데다 특정 플랫폼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약처가 국무조정실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네이버 블로그, 소셜 미디어 등에서도 건기식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해야한다는 형평성 논리가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식약처도 유권 해석을 통해 기존 법령을 우회하는 것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관계자는 “재판매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상황을 식약처가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