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염수 괴담'에 이순신까지 끌어들이는 민주당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 이재명 대표의 뒤편에 큼지막한 이순신 장군 동상 사진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라는 문구와 함께 걸려 있었다. 당 대표실에 들어온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순신 장군처럼) 바다를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충무공 정신으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를 막겠다는 것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곧바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연구소(IAEA) 사무총장은 과학적 진정성 없이 정치적 오만만 가득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처리수 방류 시기가 임박해오자 민주당이 ‘이순신 마케팅’까지 시도하는 모양새다. 김승남 의원은 지난달 27일 남해를 ‘이순신해’로 공동 표기하는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자기희생과 헌신의 이순신 정신으로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한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64명이 동참했다.

이달 7일엔 민주당 출신 문윤택 ‘내가 이순신이다 제주본부’ 준비위원장이 어민들과 함께 ‘학익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적은 수의 어선을 양옆으로 넓게 펼쳐 많은 수의 왜군함을 물리친 학익진 전략으로 처리수 방류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여권에서는 ‘오염수 괴담’에 국민적 영웅인 이순신 장군까지 끌어들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순신 장군을 반일 선동에 이용하는 건 견강부회이자 역사 오남용”이라며 “해류와 날씨를 점검해 과학적으로 전술을 펼친 분이 이순신 장군”이라고 했다. 강사빈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우리나라 최고 위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반일 팔이’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만과 우려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의 집단지성이 내린 결과가 이순신 장군까지 끌어들인 반일 마케팅”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여론은 고사하고 당내에서도 반감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민주당이 총의를 모으기 위해 7일 연 17시간 철야농성에는 의원 167명 중 40여 명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신 장군이 하늘에서 지켜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민주당 의원들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