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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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경제전망보고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내주 발표하는 5월 보고서부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 기존에 공개하던 지표와 함께 현안에 관한 심층 분석과 중장기 연구 과제 등을 포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8년간 아시아태평양 국장으로 일한 이창용 한은 총재가 IMF식 변화를 주문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 3일에 걸쳐 '경제 전망'

한은은 19일 홈페이지에 5월 넷째주 보도계획을 공개하면서 이례적으로 다섯째주 초반부 계획까지 공개했다. 목요일인 25일부터 그 다음주 화요일인 31일까지 3영업일에 걸쳐 5월 경제전망보고서를 챕터별로 공개하는 일정을 보도계획에 모두 담았기 때문이다.

보도계획에 따르면 25일엔 경제전망보고서 중 'Ⅰ. 국내외 경제 동향 및 전망' 'Ⅱ-1. 국내외 금리인상 이후 우리경제 평가 및 시사점'이 공개된다.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이 공개된다.

29일엔 'Ⅱ-2.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낸다. 현안 중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인 반도체 분야을 심층적으로 다룬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의 반등 시점이 올해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같은 분석을 추가로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엔 중장기적 시계에서 한국의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주제가 나온다. 30일 발표되는 'Ⅲ. 노동공급의 추세적 변화에 대한 평가 및 전망: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중심으로' 보고서다. 노동공급의 추세적 변화는 당장의 경제성장률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향후 성장경로가 수정되는 데에는 큰 영향을 줄수도 있다.

한은은 각각의 챕터를 발표할 때마다 담당 팀장 등이 백브리핑을 통해 상세 내용을 기자단에 설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든 챕터가 순차 공개된 후에는 통합 보고서 형태로 내용을 모아 홈페이지 등에 게재한다.

'IMF식 변화' 평가도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 방식의 변화를 두고 한은 내부에서는 'IMF식 변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IMF는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한번에 모든 주제를 발표하지 않고 보고서의 챕터별로 순차 공개한다. 방대한 내용을 한번에 게재할 경우 지나칠 수 있는 내용을 한번 더 강조하는 형태다.

올해 경제전망에서 IMF는 4월 5일 챕터 4 '지경학적 파편화와 해외직접투자(Geoeconomic Fragmentation and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먼저 발표한 후, 4월10일 챕터 2 '자연이자율(The Natural Rate of Interest: Drivers and Implications for Policy)'과 챕터3 '치솟는 공공부채 대처법(Coming Down to Earth: How to Tackle Soaring Public Debt)을 공개했다. 이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나리오 분석이 담긴 종합 경제전망 보고서를 4월 11일 공개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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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순서 정도다.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의 핵심인 성장률을 먼저 공개하고 이후에 다른 주제의 보고서를 공개하는 방식이지만 IMF는 다른 주제를 먼저 내놓은 후 최종적으로 성장률을 발표한다.

한은의 이같은 변화는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총재 취임 후 한은은 과거의 한은 총재 재임 시절과 달리 현안은 물론 중장기 과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개강좌 형태로 개최한 노동시장 세미나가 대표적이다. 당시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이 직접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한 분석을 발표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