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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에스엘바이오닉스 상폐 결정한 기심위…그 이유 살펴보니
주가 7배 뛴 이브이첨단소재 등 5개 상장사 보유한 온씨 형제
무리한 M&A 등으로 재무상황 악화시켜…과거 상폐 전적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손대면 상장폐지 된다.' 코스닥시장에선 무자본 인수·합병(M&A)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상장폐지까지 끌고 간 '꾼'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이들의 실체가 최근 속출하는 상장폐지 기업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 위험과 비용은 소액주주들에게 전가하고 있죠.

2차전지 테마에 올라타 최근 한달간 주가가 7배 넘게 급등한 이브이첨단소재를 비롯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에스엘바이오닉스, 2021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퓨전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온모씨 형제입니다. 이번 마켓PRO 종목 집중탐구에선 상폐 기로에 선 에스엘바이오닉스를 통해 온씨 형제가 누군지 같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상폐 기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작은 벌점입니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담보제공 계약 체결 등을 신고기한 내 공시하지 않아 벌점 38점과 공시위반제재금 1억5200만원을 한국거래소로부터 부과받았습니다. 최근 1년 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주식 거래가 정지됩니다. 에스엘바이오닉스가 공시하지 않은 최대주주의 담보 계약은 2020년 12월23일부터 지난 10월4일까지 총 9건이죠.

여기에 계속 기업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지난 18일 에스엘바이오닉스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죠. 이에 따라 에스엘바이오닉스 상폐 여부는 다음달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심사는 3심제(기업심사위원회→시장위원회→시장위원회)입니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최대주주는 에스엘홀딩스컴퍼니라는 비상장사입니다. 이 비상장사의 최대주주로는 온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온씨는 두 명입니다. 이들은 친형제 사이로 알려져 있죠. 기업 공시 등 서류상 이름을 올리는 동생 온씨와 실질적으로 기업은 경영하는 또 다른 온씨가 있습니다.

온씨 형제들의 이름은 2021년 증시에서 퇴출 당한 퓨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동생 온씨는 사내(등기)이사로 지냈죠. 물론 이름이 상장폐지와 관련된 기업에 등장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의구심을 가집니다.

2001년 설립된 퓨전은 정보시스템 통합(SI)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였죠. 하지만 본업인 IT 사업과 별개로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인수합병(M&A)에 몰두했죠. 주요 투자기업은 에스엔케이글로벌, 다오요트, 바이오트리, 에스엘바이오닉스 등이 있습니다. 퓨전의 직접적인 상장폐지 원인은 감사의견 거절입니다. 퓨전은 상폐 당시 자회사 인수 과정에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자금 일부를 빼돌렸다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죠.

온씨 형제 기업들의 공통점은?

현재 온씨 형제가 실질 지배하고 있는 기업은 9개사입니다. 상장사로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와 이브이첨단소재, 넥스턴바이오가 있습니다. 기타특수관계자로는 다이나믹디자인이 있는데, 형 온씨가 실질 주인이죠. 이들 종목 모두 영업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무리하게 신사업(또는 M&A)에 뛰어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최근 시장에서 2차전지 테마로 주목을 받는 이브이첨단소재의 실질 최대주주도 '온씨 형제'입니다. 이브이첨단소재는 작년 연결 기준으로 2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죠. 현재 온씨 형제는 이브이첨단소재→넥스턴바이오→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스엘바이오닉스→에스엘홀딩스컴퍼니->온씨 형제 등의 지배구조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회사 내부 현금이나 외부 자금 조달(CB발행 등)로 타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합니다.

실제로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에스엘홀딩스컴퍼니와 에스엘바이오닉스 사이에는 퓨전이 지배구조 사이에 껴있었습니다. 퓨전이 상장사 자격을 유지할 때는 에스엘바이오닉스 최대대주였다가, 상장폐지되자 지배구조에서 빠진 것이죠.

온씨 형제는 상장사 본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무리한 타법인 인수로 재무상황를 악화시킵니다. 퓨전, 에스엘바이오닉스 등 지배구조 상위 기업들이 연달아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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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긴 피해는 소액주주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인수 대금으로 대량의 현금이 유출돼 기업가치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죠. 상폐 기로에 선 에스엘바이오닉스의 경우 다음달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폐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 급락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 심사에선 계속 사업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앞서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전체 매출액 중에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LED 제품의 생산·판매를 종료한다고 밝히는 등 본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3년간 적발된 증시 부정거래 가운데 65%는 기업사냥꾼이 엮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명목상의 회사 또는 인수인이 타인의 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해 각종 호재를 내세워 주가를 부양한 뒤 차익을 실현하는 부정거래 형태가 많아졌다는 의미죠.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하고 테마성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이러한 부정거래가 나타나고 있어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