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암호화폐 투자 실패가 부른 청부살인으로 결론이 났다. 재력가 부부는 코인 투자로 손실을 보자 7000만원을 주고 살해를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이번 납치 살해는 재력가 부부인 유모씨와 황모씨가 투자 실패 후 주범 이경우에게 살인을 교사한 것”이라며 “작년 9월부터 착수금 2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 부부에게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경우와 유씨 부부는 A씨와 남편까지 살해하고 암호화폐를 빼앗아 현금으로 세탁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모의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경우는 납치 과정에서 1320만원을 대학 동창인 황대한에게 주며 A씨 납치·살인을 제안했다. 황대한은 이 돈으로 대포폰을 구입하고 연지호와 20대 이모씨 등 공범을 모으는 등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 부부는 A씨가 납치된 뒤에도 범행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 황대한과 연지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역삼동에서 귀가하는 A씨를 납치해 휴대전화 4대와 현금 5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았다. 이들은 대전으로 내려가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경우를 만나 휴대전화 등을 전달했다. 이경우는 인근 호텔에서 만난 유씨에게 A씨 휴대전화와 황대한이 캐낸 비밀번호를 넘겼다.

납치범 일당은 A씨가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A씨를 곧바로 살해했다. 시신은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유씨 부부는 2020년 11월 A씨를 통해 P코인에 약 1억원을 투자했다가 이듬해 초 가격 급락으로 손해를 보자 A씨에게 원한을 갖게 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이경우 등 3인조의 진술과 관련자들 금융거래내역 등을 토대로 이같이 결론 짓고 황씨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범행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경우는 최근 경찰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러나 유씨 부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