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의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 누적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인지기능 개선제로도 활용되는 기넥신은 다른 성분의 치매약이 잇따라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달 기준 기넥신 누적 매출이 5006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발표했다. 1992년 2월 국내에 출시된 지 30년 만이다. 천연물 의약품으로 개발한 국산 혈액순환개선제가 5000억원 어치 넘게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넥신은 '은행잎은 노란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에서 '푸른 은행잎' 의약품 시장을 연 제품이다. 은행잎에 들어있는 징코 플라본 글라이코사이드 성분은 혈액 점도를 낮추고 혈관 탄력을 높여준다. 혈관을 확장하는 기능도 있다. 선경인더스트리생명과학연구소는 1988년 3월 국산 은행잎 추출물 제조법 등을 개발했고, 3년 뒤 첫 은행잎추출물 의약품인 기넥신을 시장에 선보였다.

기넥신은 지난해 국내 은행잎 혈액순환개선제 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했다. 20년 째 부동의 1위다. 고용량을 복용하면 기억력 감퇴나 집중력 저하를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이런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SK케미칼은 지난해 240㎎ 고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인구 고령화로 치매나 혈액순환 장애를 호소하는 고령층이 늘면서 기넥신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경쟁 제품이 잇따라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치매 치료제 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기넥신 매출 전망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뇌 기능개선제로 쓰이던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은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올해 시장 퇴출이 결정됐다. 이 약의 국내 시장 규모는 500억원 정도다. 시장규모 5000억원에 이르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크게 줄었다.

기넥신 등 은행잎 추출물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404억원이었던 은행잎 추출물 성분 약 시장은 지난해 566억원까지 증가했다.

전광현 SK케미칼 사장은 "기넥신을 통한 건강증진 뿐 아니라 ESG 활동을 통해 치매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