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는 “지난 1분기 순손실이 204억달러(약 26조원)에 달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BP가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 로스네프트 지분 19.8% 등을 상각한 결과다.
하지만 시장은 이날 발표된 BP 실적을 어닝서프라이즈로 평가했다. 러시아 철수 같은 일회성 상각 비용을 뺀 세전 영업이익이 62억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전년 동기(26억3000만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시장 전망치(44억9000만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1분기 매출은 510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40%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거둔 실적이다.
BP는 이날 주주환원 정책과 향후 에너지 분야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영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에너지 기업들이 고유가로 수혜를 본 만큼 추가 세금을 내 에너지 취약층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BP가 이날 밝힌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16억달러가량이었다. 2분기에는 이를 25억달러로 늘리겠다고 했다. 1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29억달러에 달했다. BP는 “북해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해상풍력과 수소, 전기차 충전 등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며 “연내 최대 150억달러에 이르는 설비투자 목표를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