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가 논란이 되면서 여학생에게만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 금지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문 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면서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촉발된 것은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보낸 위문 편지가 공개되면서다.

지난달 30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에는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글을 올린 작성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친구만)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다고 하더라"라며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위문 편지에는 "아름다운 계절이니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편안한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이 편지를 받는 분께 죄송하지만 집 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고 쓰여있다.

'비누 줍지 마라'는 대목은 군대 내 동성 성추행 사고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편지 내용이 공개되자 군 장병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여자고등학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SNS 등에 "학교 측이 학생들의 봉사 시간을 임의로 할애해 위문 편지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논란과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3일 "위문 편지 쓰는 건 일제의 잔재"라고 목소리를 더했다.

진 교수는 페이스북에 "그때 국가에서 강제로 전선의 황군에게 위문대와 위문 편지를 보내게 했다"면서 "그 문화가 아직 남아 있었다니 놀랍다"고 전했다.

위문 편지 반대 청원 글에는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