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년간 지켜온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의 뼈대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하나씩 뜯어고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을 휩쓴 오미크론의 ‘빠른 발’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한두 달 안에 델타 변이를 누르고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특징인 ‘강한 전파력, 낮은 중증화율’에 맞춰 지난주(12월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7일에는 코로나19 진단검사 시스템 개편 계획을 내놨다.

이날 내놓은 조치의 핵심은 선별검사소에서 시행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PCR 검사를 해주지만, 앞으로는 백신 미접종자·고령층·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 위주로 무료 검사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밀접접촉자라도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사람은 먼저 자가진단키트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여기에서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 대상으로 받아줄 계획이다.

방역당국이 검사시스템 개편에 나선 것은 “오미크론 유행으로 3월께 하루 확진자가 2만 명에 달할 수 있다”(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관측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맞춰 PCR 검사 역량을 무한정 늘릴 여력이 없는 만큼 폭증할 검사 수요를 자가진단으로 돌려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PCR 검사에 드는 비용은 건당 5만7000원으로 자가진단키트보다 10배 가까이 비싸다”며 “여기에 숙련된 검사·진단 인력도 대거 확충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PCR 검사 역량 확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화율이 낮고, 무증상자가 많은 오미크론의 특성도 방역당국이 자가검사 확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건강한 사람은 오미크론에 걸려도 중증으로 번질 가능성이 낮은 만큼 방역 역량을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 40명 중 19명이 무증상이었다. 나머지도 인후통, 발열, 두통 등 감기처럼 증상이 경미했다.

하지만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93~95%)가 PCR 검사(99~100%)보다 낮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숨은 감염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관심이 집중됐던 7일 카페·마트 등 필수 생활시설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집행정지 행정소송 심문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이날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대형마트·식당·카페 등 17종 시설에 적용하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재판부는 오는 10일까지 양측 추가 자료를 받은 후 이를 종합해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법원의 결정은 이르면 11일, 늦어도 20일까지는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상헌/이선아/김진성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