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이라는 충격 처방을 내놨다.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많았던 매머드 선대위를 철저히 실무형으로 개편하고, ‘처음 윤석열’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을 63일 앞두고 최종 스퍼트에 집중할 시기에 갑자기 달리기를 멈추고 신발끈을 다시 매는 격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를 대선레이스의 선두로 이끌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상징자산이 희미해지는 상황을 방치하고는 결승선을 먼저 통과할 수 없다. 호가호위한다는 뒷말이 나오는 측근 인사들과, 대선 승리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우선시하는 정치꾼들을 선대 기구에서 배제한 단기필마의 결기도 평가해 줄 만하다. 빈자리를 정책역량이 있는 새 얼굴로 대체하고 2030 청년들의 주도적 참여를 결정한 것 역시 의미 있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윤 후보가 근본 원인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리멸렬 선대위보다 더 큰 문제는 윤 후보의 역량과 정체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라는 점을 외면한다면 어떤 처방도 격화소양일 뿐이다. 윤 후보는 포퓰리즘을 비판하고 재정건전성을 외치다가 느닷없이 자영업 50조~100조원 지원안을 던지며 표변했다. 여당 후보가 “당장 하자”고 역공하자 말꼬리를 흐리는 장면이 유권자의 실망을 증폭시켰다.

어제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는 “(앞으로는)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려는 의도겠지만 자칫 ‘포퓰리즘 선언’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거의 모든 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세력을 막아달라는 여망의 반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선 승부처인 2030세대 득표를 위한 해법도 마찬가지다. 2030은 반칙과 불공정에 누구보다도 분노하는 세대다. ‘이대남’ ‘이대녀’를 갈라치는 경박한 셈법 대신 불공정과 위선에 결연한 모습을 보인다면 청년 표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윤 후보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얄팍한 선거공학이 아니라 어떤 가치로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숙고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선대위 해산으로 선거운동에서 손을 뗀 이들 역시 후보 폄훼와 자해를 멈추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