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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소방서장 징계…왜 공개 꺼릴까

구급차에 응급환자 아닌 친척 태워…비위 은폐 시도까지
소방당국 비위 인지하고도 비호…"의결 결과 통지 후 공개하겠다"
두 차례 징계위원회 끝에 119구급차를 사적으로 쓴 전 소방서장에 대한 처분이 최근 정해졌다.

징계위는 소방당국에 의결 결과를 통지했지만, 인사상 권한을 지닌 전북도 소방본부는 "방어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것이다.

특히 벌써 석 달이나 지난 기관장의 중대 비위에 대한 처분이 조직 일부에서만 돌고 있는 데는 그간 소방당국의 태도로 미뤄 뭔가 복잡한 속사정이 얽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응급환자 이송해야 할 구급차에 친척을 태우라고?
전북도 소방본부가 밝힌 윤병헌 전 전주 덕진소방서장의 비위 내용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윤 전 서장은 지난 8월 20일 구급대원에게 119구급차로 익산의 한 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친척을 서울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소방 매뉴얼 상 구급 차량을 이용해 환자의 병원을 옮기려면 의료진 요청이 필요하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들은 규정을 위반하고 119구급차를 쓰기 위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자를 만들어 냈다.

마치 응급상황이 있는 것처럼 상황실에 지령을 요청한 뒤 '이송 거부'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취소하는 수법을 썼다.

여기에 119구급차 운행일지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서장의 친척을 서울로 이송한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조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북지역 소방상황을 총괄하는 도 소방본부조차 한 달 넘게 소방서장 지시로 구급차가 사적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 "전례 없다"며 감싸다가 부랴부랴 직위해제
도 소방본부는 윤 전 서장의 비위를 알린 언론보도 초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지난 9월 28일 언론보도 설명차 취재진을 만난 도 소방본부 감찰부서 관계자는 "소방서장이 친척을 도와주려다가 부득이하게 한 일"이라고 말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해야 할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공직자가 마음대로 사용한 문제를 이렇게 정의한 것이다.

황당한 설명에 대한 취재진 질문이 쏟아지자, 이 소방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며 한 걸음 물러서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이후에도 윤 전 서장을 애써 비호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의를 빚은 소방서장에 대한 업무배제는 언제쯤 이뤄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사자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직위해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장의 인사상 조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징계 이후 소방서장의 직권남용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의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비위를 감싸는 듯한 소방당국 태도에 대한 누리꾼 성토가 이어지자, 도 소방본부는 얼마 뒤 이례적으로 인사 사항에 대한 자료를 내고 "덕진소방서장의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 직위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 비위 터지고 석 달 만에 징계 의결…"지금 공개 못 해"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윤 전 서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처음 열렸다.

내·외부위원 등 5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징계 수위를 정하지 못하고 다음에 자리를 마련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도 소방본부는 당시 징계를 연기한 배경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며 입을 굳게 닫았다.

이로부터 거의 한 달 만인 지난 23일 재차 징계위가 개최됐다.

마찬가지로 징계위는 내·외부 위원으로 이뤄졌고, 위원장은 전북도 사정을 두루 파악하는 위치에 있는 고위공직자가 맡았다.

징계위는 이번에는 윤 전 서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의결해 소방당국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전 징계위 때와 마찬가지로 '포상 감경' 또한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도내 한 119 센터장은 환자이송과 관련한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로 구급대원에게 폭언과 인격모독을 일삼았으나 포상 감경 덕에 불문경고에 그쳤었다.

도 소방본부는 징계위 개최와 관련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단계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 보다는 '당사자 방어권 보장'이 먼저라며 의결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승룡 도 소방본부장은 "심의 대상자에게 (의결 내용을) 먼저 통지한 이후 이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절차"라면서 "향후 처분을 당사자에게 알림과 함께 이에 대한 취재에 답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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