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는 나라가 있어 다행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 상황을 관찰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보다 백신 확보는 물론 접종까지 뒤처진 데다 하루 1000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며 “(먼저 맞는)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방역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

손 반장의 발언은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뒤처진 것을 두고 정부 책임론이 커지는 데 대한 해명이다. 정부가 안전성을 염두에 두고 백신 접종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설명이지만 백신 도입 속도를 높여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고 경제활동 재개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국민 정서와는 차이가 난다.

청와대의 설명과도 온도 차가 컸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지시한 백신 관련 13개 문건을 공개하면서 “백신 접종 시기는 최선을 다해 앞당길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2일 1092명 늘었다. 19일(1097명) 이후 사흘 만에 다시 10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필수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3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올해 사망률이 지난해보다 6% 증가했는데 연간 2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외에 다른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