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에서 집단으로 겨울잠을 자고 있는 박쥐 [사진=연합뉴스]
폐광에서 집단으로 겨울잠을 자고 있는 박쥐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기원을 두고 중국이 해외 유입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가운데 국제보건기구(WHO) 관계자가 코로나19의 발원지는 중국 윈난성 박쥐 동굴이 유력하다고 언급했다.

일본 NHK방송은 8일 코로나19 발생원을 조사 중인 WHO의 피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인수공통전염병 전문가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엠바렉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건 2013년 중국 윈난성의 박쥐가 사는 동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라며 "완전히 같진 않지만 우리가 아는 한 코로나19와 가장 가까운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우한이 아닌 이탈리아 기원설이 최근 힘을 얻는 데 대해서는 "코로나19와 가까운 바이러스가 윈난성에서 발견된 만큼 중국 내에서 발생했다는 게 가장 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100% 확실성은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19년간 WHO에서 근무한 덴마크 출신의 엠바렉 박사는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2011년 베이징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코로나19 발생원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은 미국 NGO 단체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 4월 미국 NGO 단체인 '에코 헬스 얼라이언스' 대표이자 생태학자인 피터 다스작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한 동굴에서 채집했던 말발굽 박쥐 바이러스 샘플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96.2%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당시 다스작 박사 연구팀은 10년 동안 20개국 이상의 동굴에서 박쥐 샘플 1만5000개를 채취해 약 500종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를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것.

다스작 박사는 "박쥐는 1만5000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백개밖에 안 된다"면서 또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윈난성 박쥐 동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3%가 박쥐 바이러스 항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자연스럽게 회복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