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학동로 삼성월드타워 아파트(가운데) 모습.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가 지난 6월 사들였다가 논란이 되면서 7월 사업을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학동로 삼성월드타워 아파트(가운데) 모습.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가 지난 6월 사들였다가 논란이 되면서 7월 사업을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46채 아파트 한 동 전체를 410억 원에 사들였다가 철회한 이른바 '강남 아파트 통매입'을 막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무소속인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 재선)은 10일,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의 공동주택 취득을 금지하는 내용의 '사모펀드 주택매입 금지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사모펀드)의 집합투자재산 운용방법과 관련해 해당 재산을 부동산에 운용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동산을 취득한 후 5년 이내의 범위에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에 이를 처분하거나 건축물, 그 밖의 공작물이 없는 토지로서 그 토지에 대해 부동산개발사업을 시행기 전에 이를 처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이지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46가구가 실거주하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1개동을 통째로 매입하려던 사건이 있었다. 취득가액의 64% 가량을 대출로 충당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물의를 일으키면서 철회했다. 대출금과 관련해서는 해당 아파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정 상 최대 16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27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나 해당 대출기관이 대출금 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용호 의원은 “현행법은 사모펀드의 부동산 운용 시 부동산 취득 후 처분 시점 상의 금지행위를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사모펀드가 자본력을 앞세워 투자목적으로 거주 목적의 공동주택을 매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 사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가 이러한 사각지대를 악용하여 강남 한복판에서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투자를 시도한 것이다. 부동산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의지와는 상반된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 즉 사모펀드가 집합투자재산 운용 시에는 「건축법」 제2조제2항제2호에 따른 공동주택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택을 취득하는 행위는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부동산 규제를 회피하는 변칙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 법감정에 맞는 거주공간의 투기성 매입을 근절해야 한다"며 "해프닝으로 끝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모펀드의 부동산 자산운용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김경만, 김남국, 김수흥, 김윤덕, 양정숙, 이상헌, 전용기, 한병도, 민병덕 의원 등 10명이 함께 참여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