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인 사람도 있다. 골초였던 조르주 클레망소가 프랑스 총리 시절 의사로부터 시가를 하루 6개로 줄이라는 권고를 받고 대답했다. “차라리 담배를 끊겠소.” 그러나 그 후에도 책상에는 시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지적에 그가 말했다. “일부러 눈앞에 두고 보며 인내하고 있는 거요. 고통이 크면 클수록 승리의 기쁨도 커지는 법이오.”
아일랜드 총리와 대통령을 역임한 에이먼 데벌레라 역시 애연가였다. 그는 1916년 영국에 대항해 ‘부활절 봉기’를 주도한 혐의로 수감됐다. 감옥으로 가는 길에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말했다. “영국인들이 감옥에서 담배를 피우는 즐거움을 뺏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어.” 그는 그날 이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위의 두 사람은 강한 의지의 소유자다. 그러나 온갖 압박과 설움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흡연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더 강한 것은 아닐까.
새해 결심을 하는 관행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새해 결심의 전통은 기독교의 성탄절 축하나 한겨울에 신년을 시작하는 달력이 채택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다.
4000년 전 '새해 결심' 기록 남아
바빌로니아는 약 4000년 전 신년축제를 기록으로 최초로 남겼다. 농사 절기를 기준으로 한 그들의 역법(曆法)에 따르면 새해는 지금의 3월 말에 해당하는 춘분에 시작됐다. 아키투(Akitu)라고 불린 신년축제는 12일간 계속됐는데, 이 기간에 바빌로니아인들은 빚을 갚거나 빌린 물건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신에게 했다.
태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이집트였다. 이집트에서는 한 해가 세 계절로 이뤄졌다. 나일강이 넘치는 범람, 종자를 뿌리는 파종과 추수가 그것이다. 이집트인은 매년 7월 나일강이 범람하는 연초에 나일강의 신인 하피(Hapi)에게 제물을 바치며 새해 결심을 했다.
새해 결심의 관행은 로마 시대에도 이어졌다. 날짜는 바뀌었다.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축하하기 시작한 것은 로마 달력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 로마 초기에 1년은 ‘March’부터 ‘December’까지 10개월로 이뤄졌고, 농한기인 11월과 12월은 달력에 표시되지 않았다. 누마 폼필리우스 제2대 로마왕은 1년을 12개월로 늘렸는데, 이때 11월은 ‘January’였고 12월이 ‘February’였다. 기원전 46년 시저는 율리우스력을 채택했으며, 이때 ‘January’가 새해 첫 달로 확립됐다. 로마 시대에 1월은 새로 선출된 집정관이 임기를 시작하는 시기였으므로 새해는 농업 절기의 시작이 아니라 정부의 시작을 의미하게 됐다.
로마 시대 이후에도 상당수 나라는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성탄절이나 수태고지(受胎告知) 축제일이 지난 4월 1일을 새해 첫날로 축하하기도 했다. 1월 1일이 새해 첫날로 일반화된 것은 16세기다. 프랑스에서는 새해가 되자 4월 1일에 새해를 지내는 사람이 바보가 됐다고 해서 만우절의 기원이 됐다는 설도 있다.
문화권에 따라 다른 새해 첫날
새해 결심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중세 때는 철야기도와 참회를 통해 종교에 대한 헌신을 다짐했다. 새해 결심(new-year resolutions)이란 표현은 1813년 미국 보스턴의 한 신문에서 처음 사용됐다. 당시에는 종교적, 도덕적 요소 대신에 세속적 요소가 많이 포함됐다.
영어의 1월은 야누스(Janus)에서 유래했다. 야누스는 하늘의 문을 열어 아침을 밝게 하고, 문을 닫아 황혼이 오게 한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이다. 문은 공간과 시간의 시작을 의미한다. 우리는 시공간의 문을 통과해 2020년으로 들어왔다. 지금쯤이면 새해 결심에 실패해 실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체념할 필요는 없다. 목표가 클수록 실패 가능성도 더 커지는 법. 골초였던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금연은 매우 쉽다. 나는 이미 100번이나 했다.”
새해 첫날은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태양력을 쓰는 나라에선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기념한다. 한국과 중국은 양력과 음력 설을 쇠지만, 일본은 양력 설만 쇤다. 이슬람권에서는 음력인 이슬람력을 사용해 음력 1월 1일이 설날이다. 이란, 서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페르시아력으로 춘분인 3월 21일이 설날이다. 유대인에게 ‘로슈 하샤나’로 불리는 새해 첫날은 추분 후 첫 달이 뜨는 날이다.
새해는 인간이 정한 규칙에 불과하다. 오늘 다시 새로운 결심을 한들 무엇이 문제랴. 실망하지 말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거늘. 모든 일은 쉽기 전에는 어려운 법이다.
박희권 < 글로벌리스트·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