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정책비용 8兆 부담…최근 3년간 급증"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사진)이 재무구조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과도한 정책비용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정책비용이 3조원가량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지난 6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빛가람전력기술엑스포(BIXPO)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한전 실적은 작년보다도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전은 탈(脫)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4분기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2080억원,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를 낸 것은 6년 만이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고 했다.

“적자 확대”…또 배당 못할 듯

김 사장은 올해 적자가 작년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3분기엔 계절적 요인으로 일시 흑자를 낼 수 있겠지만 금방 나아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제 흑자 전환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한전이 올해 또 적자를 내면 2년 연속으로 주주 배당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은 “정부 정책비용이 올해만 약 7조9000억원에 달한다”며 “(현 정부 출범 전인) 3년 전보다 3조원 정도 늘었다”고 강조했다.

정책비용은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지원과 전력 저소비층을 대상으로 월 4000원씩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여름철 주택용 누진제 할인, 한전공대 설립·운영,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등 다양하다. 한전이 올해 재생에너지 구입 목적으로 투입한 돈만 2조원이 넘는다.

김 사장은 “정부 보조금 등을 한전이 대신 내주고 있는데 전기요금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이 요금을 지금 적게 내고 5년 뒤 제대로 내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제때 안 내면 이자까지 더해 납부해야 한다”며 “부채가 쌓이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전 부채는 2017년 말 109조원, 지난해 말 114조원에서 올 상반기 123조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전기요금 인상 논의할 시점”

김 사장은 한전 실적을 좌우하는 요소로 연료 가격과 부담금, 원전 가동률 등을 꼽았지만 실적 개선을 위해선 원전 이용률 상승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원전을 더 돌리면 이익인 것은 맞다”며 “지금 세워놓고 있는 한빛원전 1·3·4호기를 다 고치고 원전 가동률을 높이면 한전 실적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본격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기요금이 정상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며 “지금은 해외 사업에서 올리는 이익이 요금 인상 요인을 약간 흡수해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사용자 부담 원칙에 맞는 전기요금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수사용공제 폐지,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어느 걸 선택해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한전은 오는 28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특례할인 폐지를 포함한 요금 개편안을 처음 논의할 계획이다. 내년 4월 총선 직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특례할인 제도는 일몰 기간이 끝나면 종료하는 게 맞다”며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개편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뒤 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간극을 좁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우리 의견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의 입장 차가 작지 않음을 내비쳤다.

광주=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