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법외 노조 불가피…노동관계법 개정 요구
조교 71%가 "업무 외 노동"…24%는 갑질 등 비위 경험
국공립대 조교 노조 설립…"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
국공립대학교에서 교수의 교육과 연구를 보조하고 행정 업무를 하는 조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 국공립대 조교 노동조합(이하 조교 노조)은 25일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교 노조는 작년 2월 7개 대학 간담회에서 결성된 조교 노조 설립 추진위원회가 출발점이 됐다.

추진위는 33개 국공립대가 가입한 전국조교협의회에 노조 설립을 제안했고 조교협의회는 그해 4월 협의회 차원의 노조 설립에 나서기로 했다.

조교 노조가 노동부에 설립 신고증을 냈지만, 현행법상 합법적인 노조 지위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공립대 조교는 경찰관, 소방관, 군인 등과 함께 특정직 공무원으로 분류돼 단결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만든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에도 대학교수는 노조 설립이 허용되지만, 조교는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게 조교 노조의 지적이다.

조교 노조는 "합법적 지위 확보를 위해 서명운동, 청와대 국민 청원 등을 통한 법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노동부에 제출하고 이번 국정감사의 주요 의제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조교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7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국공립대 조교 3천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조교는 여성이 63.5%로, 남성의 2배에 가까웠다.

연령대별로는 30대(47.0%)와 20대(31.0%)가 가장 많았고 최종 학력은 학사(50.7%)와 석사(36.3%)가 대부분이었다.

고등교육법상 수행해야 할 조교 업무 외의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70.8%에 달했다.

직무 수행의 어려움으로는 '근무시간에 비해 과중한 업무'(50.7%)와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 지시'(18.5%)라는 응답이 많았다.

업무 수행 중 성폭력과 갑질 등 비위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24.4%가 '있다'고 답했다.

영남 지역 대학에서 근무하는 한 조교는 "주말, 저녁, 새벽, 휴가 중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는 일이 빈번하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충청 지역 대학의 한 조교는 "퇴근 후나 주말에 교수의 연락을 못 받으면 '감히 조교가 교수의 연락을 안 받느냐, 당장 그만두라'는 말을 듣는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95.6%에 달했다.

조교 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88.4%나 됐다.

조교 노조는 "국공립대 조교는 1년 단위로 임용돼 재임용 권한을 가진 사람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재임용 탈락과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고용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또 "조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만연한 상태"라며 "여성 조교에 대한 성폭력, 신체 접촉, 회식 자리의 부적절한 행위 등은 조교의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교 노조는 지난 22일 설립 총회를 개최했다.

오는 28일에는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토론회에 이어 출범식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