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통신장비 상장사 감마누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이 무효라는 법원 결정에 한국거래소가 항소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거래소가 항소하더라도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감마누의 상장폐지결정무효 확인소송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11민사부(부장판사 이유형)는 거래소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섣부른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판결했다.

감마누는 ‘2017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작년 3월 코스닥시장서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감마누에 6개월간 개선 기간을 부여했지만 감마누는 재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감사가 길어지면서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 올 1월에서야 감사의견 ‘적정’ 의견을 담은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감마누 측은 소송에서 “개선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린 상장폐지 결정은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량권 행사의 여지가 없다면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형평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도 위반돼 규정 자체가 무효”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권한도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1회 개선 기간 규정은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과 그를 통한 코스닥시장의 거래 안정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감마누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시행세칙을 보면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6개월을 초과하는 개선 기간을 부여하는 게 가능해 보인다”며 “거래소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상장폐지를 결정했으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량권을 행사할 때는 공익적 사정 못지않게 대상 상장사가 입을 불이익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측은 대법원(3심)까지 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방침이다.

한 대형 로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규정 자체가 상위법에 어긋나는 구조”라며 “항소심에서도 뒤집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과거 감사의견 거절과 관련해 거래소가 재량의 여지가 없다는 판결도 있어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