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현재 '과천 푸르지오 써밋' 공사현장. 골조공사가 3분의 2이상 올라간 상태다. (자료 대우건설)
2019년 7월 현재 '과천 푸르지오 써밋' 공사현장. 골조공사가 3분의 2이상 올라간 상태다. (자료 대우건설)
최근 재건축 시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혼돈' 그 자체다. 분양가 규제에 후분양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소급 적용까지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던 곳에서는 두 손을 들었고, 막바지에 온 곳들은 연내에 분양하거나 후분양으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어떤 결정이 현명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재건축 시장의 불확실성은 2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재건축 분양 아파트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졌을 시기였다. 분양 보증을 담당하는 HUG(주택보증공사)는 신규 재건축 분양가가 인근지역 분양가보다 10% 이상 높으면 분양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0년 전의 아파트들과 가격을 비교하자니 재건축 조합원들은 속이 끓었다. 자체 분양보증이냐, 분양가를 낮추느냐 등의 선택지들이 있었다.

여기에 과감한 선택을 한 재건축 사업장이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에 자리한 과천주공 1단지였다. 과천주공 1단지는 HUG에 평균분양가로 3.3㎡당 3313만원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과천에서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기는 분양가격이었다. '비싸다'는 여론이 쏟아졌다.

과천주공 1단지 조합은 후분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HUG 분양보증 규제 이후 첫 후분양이었다. 후분양은 아파트 골조공사의 3분의 2 이상을 진행한 후 일반에 공급할 수 있다.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고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어느정도 부담을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순탄치 않은 과정 속에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대우건설은 '써밋'이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 조감도. (자료 대우건설)
'과천 푸르지오 써밋' 조감도. (자료 대우건설)
이제 과천주공1단지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이라는 이름으로 9개월 후 재탄생한다. 1571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되며, 506가구가 일반분양된다. 후분양으로 내놓은 분양가는 3.3㎡당 3998만원이다. 전용 59㎡의 경우 최고가 기준으로 10억7750만~11억1720만원이다. 전용 84㎡는 12억6770만~13억8470만원에 분포됐고, 전용 131㎡는 18억4460만~18억6490만원이다.

지역 외 수요들은 '과천이 4000만원이라니'라며 놀라는 분위기였다. 절대값으로는 높은 수준인 건 맞다.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2년 만에 분양가는 20% 가량이 오른 셈이다. 실제 과천시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분양가다.

이전에 최고 분양가는 지난 5월 GS건설이 분양한 '과천자이'였다. 3.3㎡당 평균분양가는 3253만원으로 전용 84㎡의 경우 11억원대였다. 과천 주공 6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676가구를 공급한 1순위 청약에 7781명이 청약해 11.51대 1을 기록했다. 입주 예정일은 2021년 11월이다.

하지만 과천 내에서는 '아쉽다' 정도의 반응이다. 2년 전에 분양했다면 '로또 아파트'였겠지만, 이제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에 아파트가 되서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가는 지난해 준공돼 입주한지 1년이 된 '래미안과천센트럴 스위트'의 최근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 6월 전용 59㎡가 10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 1월에는 전용 84㎡가 13억원의 매매가를 기록했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 자리는 재건축이 되기 전부터도 과천 내에서는 명당으로 꼽혔다. 과천시는 중앙로를 따라 지하철 4호선 정부청사역과 과천역이 있다. 중앙로를 기준으로 정부과천청사와 과천시청이 자리한 관악산 방면이 중앙동이다. 반대편 청계산 쪽으로는 별양동, 문원동, 문현동 등이 있다. 1단지는 중앙동 아파트 가운데에서도 대단지였고, 주변으로 초중고는 물론 과천외고까지 자리했다.
[현장+] 후분양 시대를 미리보다…2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차피 '최고 분양가'
중앙동에서는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래미안 에코팰리스'의 전용 59㎡가 이달에 9억95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달 거래된 84㎡는 11억7500만원이었다. 1단지 바로 옆 단지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10단지 또한 최근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대지지분이 많은 편인 10단지의 전용 105㎡는 15억원 중후반에 매매됐다. '노른자위에 시세와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가 현지 주민들의 평가다.

지난 26일 문을 연 모델하우스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날씨 탓도 있었지만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분양이 아닌데다 입주시기가 임박한 탓이 크다. 그야말로 준비된 청약자들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파트여서다.

현재 중앙동에 거주주인 예비 청약자들이 찾기도 했다. 래미안 에코팰리스에 전세로 살고 있다는 A씨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 재건축을 고려해서 기존 집을 몇년 전에 처분했다"며 "그동안 공사소음이 심하긴 했지만, 당첨된다면 기꺼이 들어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년 전에 그 가격이라도 분양했으면 부담이 덜 했을텐데…"라고 말했다.

강남에서 온 수요자들도 있었다. 딸과 함께 찾은 B씨는 "강남은 워낙 비싼데다 물량도 적다보니 과천 재건축 아파트에 꾸준히 청약을 넣고 있다"며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되면 기회가 적어질까봐 과천이라도 당첨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 석경 조감도.(자료 대우건설)
'과천 푸르지오 써밋' 석경 조감도.(자료 대우건설)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1순위는 30~31일이며, 2순위는 내달 1일이다. 30일에 해당지역 1순위는 과천시 1년 이상 거주자다. 기타지역 1순위는 과천시 1년 미만 거주자와 경기, 인천, 서울 지역 거주자다. 과천시는 투기과열지구이자 청약과열지역이다.

전용 85㎡이하 주택은 일반공급 세대수의 100%를 가점제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전용 85㎡초과 주택은 일반공급 세대수의 50%를 가점제로, 나머지 50%는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9개월 후부터 바로 입주가 가능한 만큼 자금 스케쥴이 일반 아파트 보다는 촉박한 편이다. 계약금은 20%를 내야하고, 중도금은 3회에 거쳐서 받고 잔금은 20%를 받는다. 중도금 납입 시기는 오는 11월3일과 12월5일이다. 전체 분양대금 중 올해 필요한 자금은 50%, 절반이 해당된다. 그러나 입주가 얼마 안남은 만큼 이자를 내면 중도금을 유예받을 수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