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착한 신발'…3D 프린터로 6분이면 한켤레 뚝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스티븐 호손스웨이트 & 로스 마틴 '로티스' 공동창업자
친환경 입소문 타고 셀럽 슈즈 등극
친환경 단화로 매출 1억4000만弗
개념 있는 '패션피플'의 필수품
친환경 입소문 타고 셀럽 슈즈 등극
친환경 단화로 매출 1억4000만弗
개념 있는 '패션피플'의 필수품
“당분간 물병이 고갈될 일은 없다. 원자재가 무한히 공급된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의 장래가 밝다는 것을 뜻한다.”
썩는 데만 500년이 걸린다는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신발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로티스(Rothy’s)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3500만 개의 플라스틱 병에서 뽑은 실로 짠 여성용 단화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기업은 이 같은 노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스티븐 호손스웨이트 최고경영자(CEO)와 로스 마틴 최고창조책임자(CCO)가 2016년 공동 창업한 로티스는 ‘친환경 단화’를 팔아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3500만달러(약 40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이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2년 만에 급성장…비결은 3D 프린터
로티스는 2012년 투자은행에 다니던 호손스웨이트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마틴이 뭉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처음에 세련되고 편안한 여성용 플랫슈즈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동시에 전통적인 신발 제작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생각을 했다. 친환경 옷을 만드는 업체 파타고니아 등으로부터 지속가능한 소재로 신발을 만들자는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처음에 신발을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도 몰랐다. 마틴 CCO는 “우리는 신발을 만드는 게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전혀 몰랐다”며 “제품을 만들 수 없어 회사를 설립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3D 프린터를 통해 신발 만드는 법을 찾아냈고, 2016년 여름 두 가지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었다. 2017년 1월 중국 광저우에 직원 9명을 둔 6000㎡ 규모의 첫 공장을 세웠다. 그해 8월엔 직원이 100명까지 늘었다. 최근엔 중국 공장에 450명, 미국에 70명씩 직원을 늘렸다. 작년 5월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첫 매장을 열었다.
그 사이 투자 유치도 잇따랐다. 골드만삭스의 3500만달러 투자를 비롯해 벤처캐피털에서 700만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어졌다. 지난해엔 1억4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350% 성장을 이뤄냈다. 그동안 로티스는 100만 켤레의 신발을 팔았다. 제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
짧은 기간 신생 신발업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로티스의 공정 방식에 있다. 로티스 플랫슈즈는 페트병에서 뽑은 실을 3D 프린트에 넣기만 하면 복잡한 공정 없이 한 번에 제작된다. 신발 하나를 만드는 데 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원재료인 페트병은 한 켤레를 만드는 데 3개가 들어간다.
페트병의 뚜껑까지 모두 넣고 잘게 부수면 구슬 같은 결정이 생긴다. 이를 녹여 살균 처리하면 가느다란 실이 뽑아져 나온다. 이렇게 뽑아낸 실을 3D 프린터에 넣고 원하는 디자인을 입력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실을 만들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전통 신발 제조 방식대로라면 재료 대비 약 37%가 쓰레기로 배출되지만 로티스 신발은 6%에 불과하다. 원단을 잘라 만드는 게 아니라 3D 프린터를 이용해 신발 형태를 맞춰 제작하기 때문에 재료에 비해 배출되는 쓰레기가 적다.
신발의 밑창도 온실가스 배출 없이 만든 탄소 중립 고무를 사용한다. 신발을 포장하는 주머니도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만든다. 게다가 다 신어 낡은 신발을 로티스로 보내면 요가매트로 재활용하거나 로티스 신발 밑창으로 다시 사용한다. 어디에나 널려 있는 플라스틱을 원재료로 삼았기 때문에 재료 고갈 부담이나 조달 위험이 거의 없다.
“유명인들이 신은 신발”
로티스 신발이 패션계와 대중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메건 마클 영국 왕자빈과 배우 기네스 펠트로 등이 자주 신으면서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마클 왕자빈은 월드비전 대사, 유엔 여성친선대사 등을 맡으며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마클 왕자빈이 해리 왕자와 해변을 산책하며 신은 신발은 단숨에 ‘패션피플’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클 왕자빈이 신은 145달러짜리 플랫슈즈가 사치하지 않는 왕가의 모습과 의식이 깨어 있는 친환경주의자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신발은 친환경 구호를 내세우지 않아도 실용성과 스타일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물 신발이라 부드러워 처음 신어도 발에 물집이 잡힐 일이 거의 없다. 바람이 잘 통하고 물도 잘 빠진다는 장점이 있다. 세탁기에 신발을 넣고 돌려도 40분이면 다 마른다. ‘여름에 신기 좋은 신발’로 인기를 끌게 됐다. 무게도 가볍다. 로티스 신발 한 켤레 무게가 약 264g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340g)보다 덜 나간다.
유명인들이 신을 만큼 디자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로티스는 앞이 둥근 플랫슈즈와 앞이 뾰족한 플랫슈즈, 로퍼, 스니커즈 등 네 종류의 신발을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조합해 내놓는다. 모두 정장 운동복 캐주얼 복장 어디에 신어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클 왕자빈이 실제로 공식 행사를 비롯해 비공식 행사에서도 로티스 단화를 다양하게 신어 활용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썩는 데만 500년이 걸린다는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신발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로티스(Rothy’s)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3500만 개의 플라스틱 병에서 뽑은 실로 짠 여성용 단화를 만들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기업은 이 같은 노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스티븐 호손스웨이트 최고경영자(CEO)와 로스 마틴 최고창조책임자(CCO)가 2016년 공동 창업한 로티스는 ‘친환경 단화’를 팔아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3500만달러(약 40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이 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2년 만에 급성장…비결은 3D 프린터
로티스는 2012년 투자은행에 다니던 호손스웨이트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마틴이 뭉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처음에 세련되고 편안한 여성용 플랫슈즈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동시에 전통적인 신발 제작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생각을 했다. 친환경 옷을 만드는 업체 파타고니아 등으로부터 지속가능한 소재로 신발을 만들자는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처음에 신발을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도 몰랐다. 마틴 CCO는 “우리는 신발을 만드는 게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전혀 몰랐다”며 “제품을 만들 수 없어 회사를 설립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3D 프린터를 통해 신발 만드는 법을 찾아냈고, 2016년 여름 두 가지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었다. 2017년 1월 중국 광저우에 직원 9명을 둔 6000㎡ 규모의 첫 공장을 세웠다. 그해 8월엔 직원이 100명까지 늘었다. 최근엔 중국 공장에 450명, 미국에 70명씩 직원을 늘렸다. 작년 5월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첫 매장을 열었다.
그 사이 투자 유치도 잇따랐다. 골드만삭스의 3500만달러 투자를 비롯해 벤처캐피털에서 700만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어졌다. 지난해엔 1억4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350% 성장을 이뤄냈다. 그동안 로티스는 100만 켤레의 신발을 팔았다. 제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
짧은 기간 신생 신발업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로티스의 공정 방식에 있다. 로티스 플랫슈즈는 페트병에서 뽑은 실을 3D 프린트에 넣기만 하면 복잡한 공정 없이 한 번에 제작된다. 신발 하나를 만드는 데 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원재료인 페트병은 한 켤레를 만드는 데 3개가 들어간다.
페트병의 뚜껑까지 모두 넣고 잘게 부수면 구슬 같은 결정이 생긴다. 이를 녹여 살균 처리하면 가느다란 실이 뽑아져 나온다. 이렇게 뽑아낸 실을 3D 프린터에 넣고 원하는 디자인을 입력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실을 만들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전통 신발 제조 방식대로라면 재료 대비 약 37%가 쓰레기로 배출되지만 로티스 신발은 6%에 불과하다. 원단을 잘라 만드는 게 아니라 3D 프린터를 이용해 신발 형태를 맞춰 제작하기 때문에 재료에 비해 배출되는 쓰레기가 적다.
신발의 밑창도 온실가스 배출 없이 만든 탄소 중립 고무를 사용한다. 신발을 포장하는 주머니도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만든다. 게다가 다 신어 낡은 신발을 로티스로 보내면 요가매트로 재활용하거나 로티스 신발 밑창으로 다시 사용한다. 어디에나 널려 있는 플라스틱을 원재료로 삼았기 때문에 재료 고갈 부담이나 조달 위험이 거의 없다.
“유명인들이 신은 신발”
로티스 신발이 패션계와 대중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메건 마클 영국 왕자빈과 배우 기네스 펠트로 등이 자주 신으면서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마클 왕자빈은 월드비전 대사, 유엔 여성친선대사 등을 맡으며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마클 왕자빈이 해리 왕자와 해변을 산책하며 신은 신발은 단숨에 ‘패션피플’들의 눈길을 끌었다. 마클 왕자빈이 신은 145달러짜리 플랫슈즈가 사치하지 않는 왕가의 모습과 의식이 깨어 있는 친환경주의자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신발은 친환경 구호를 내세우지 않아도 실용성과 스타일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물 신발이라 부드러워 처음 신어도 발에 물집이 잡힐 일이 거의 없다. 바람이 잘 통하고 물도 잘 빠진다는 장점이 있다. 세탁기에 신발을 넣고 돌려도 40분이면 다 마른다. ‘여름에 신기 좋은 신발’로 인기를 끌게 됐다. 무게도 가볍다. 로티스 신발 한 켤레 무게가 약 264g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340g)보다 덜 나간다.
유명인들이 신을 만큼 디자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로티스는 앞이 둥근 플랫슈즈와 앞이 뾰족한 플랫슈즈, 로퍼, 스니커즈 등 네 종류의 신발을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조합해 내놓는다. 모두 정장 운동복 캐주얼 복장 어디에 신어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클 왕자빈이 실제로 공식 행사를 비롯해 비공식 행사에서도 로티스 단화를 다양하게 신어 활용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