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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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만큼이나 임차인(세입자)도 많은 시대입니다. 과거 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집 없는 설움'은 있습니다. 특히 까다롭거나 연락이 안되는 임대인(집주인)을 만나면 이래저래 곤란한 게 아닙니다. 한경닷컴의 [부동산 법률방]이 악질 집주인의 대표적인 유형을 뽑아서 대처요령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유형 ① 책임 떠넘기기

A씨는 곧 만기를 앞둔 세입자입니다. 4개월 전부터 임대인에게 임대계약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세입자가 새로 구해져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만 합니다. 오는 7월이 임대차 계약 만기이고, 9월 이전까지는 자녀의 학교 때문에 학교근처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A씨가 고민인 점은 또 있습니다. 전세자금대출도 있어서 만기가 된 후 이자발생은 어떻게 하냐고 집주인에게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건 알아서 하라고만 합니다. 이런 경우 A씨가 보증금을 돌려받고 이사를 무사히 가기 위해선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부동산 법률방의 박진석 변호사입니다. 임대차 기간 만료가 다가오지만 보증금을 돌려 주지 않을 것 같은 임대인에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에 대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째, 임대차 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더 이상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임대인에게 문서·문자메시지·통화(녹음) 등으로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둘째, 임대인에게 “임대차 종료일에 주택을 반환할 테니 보증금을 돌려 달라"라는 내용의 통지서를 내용증명 우편으로 발송합니다.

셋째, 임대차 종료 직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것을 확인할 때까지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습니다. 임차권등기가 경료되면 다른 집으로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겨도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어서 입니다.

넷째,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합니다. 다섯째,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승소하면 그 확정판결문으로 해당 주택에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매각 대금으로 보증금만큼 배당받습니다.

위와 같은 절차는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입니다. 임대인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끝까지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되는 점을 감수하기는 부담입니다. 따라서 애초에 임대차 주택을 고를 때, 자금력이 충분한 임대인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를 쉽게 알 수 없는 정보이므로,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싼 전셋집이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주택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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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② 잠수타기

B씨는 집주인이 연락이 되지 않아 속이 탑니다. B씨는 전세계약 만료날짜가 두 달 남았을 때 새로운 세입자를 알아보시라고 문자를 남겼습니다. 얼마가 지나도록 답변이 없어 B씨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를 동원해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를 않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어보니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고, 마찬가지로 연락이 안된다고 합니다. B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 B씨와 같은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함으로써 갱신이 되지 않음을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갱신거절의 통지 방법은 구두, 전화, 서면 등 방식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향후 분쟁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서면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는 방법으로 통지하실 것을 권합니다.

<통지서>라는 제목으로 발신인(성명, 주소), 수신인(성명, 주소), 본문을 작성해 3부 준비한 다음, 가까운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시면 됩니다. 본문에는 '귀하와의 임대차계약은 갱신하지 않으며, *년 *월 *일 종료되므로 종료일에 보증금을 반환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면 됩니다. 우체국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내용증명 발송도 가능하므로 활용해 보셔도 좋습니다.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
유형 ③ 보증금이 인질(원상복구 등 하자보수비 청구)

월세로 살던 C씨는 계약기간 만료 전에 이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때문에 중개수수료를 반 이상 지불하고 이사를 나왔습니다. 집을 비울 때 집주인은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는 일주일 뒤 보증금을 주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C씨가 통장을 확인해보니 일주일 뒤 전체 받을 금액에서 1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 입금됐습니다. 확인해 보니 10만원을 예비비로 받아 두고 집에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일주일 뒤 예비비를 돌려주겠다고 합니다.

C씨는 계약서에 그런 조항도 없었을 뿐더러, 하자가 있었더라도 집을 비우는 날 점검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집주인은 반응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사 나올 때 멀쩡했던 '거실등이 이상하다', '문이 고장난 것 같다' 등의 얘기를 하면서 C씨를 무안하게 했습니다. 아무리 10만원이 작다면 작은 금액이라지만 C씨는 억울합니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때,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상 발생한 연체 차임이나 손해배상금 등을 공제하고 잔액만 반환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종료 시점에 월세가 밀렸다거나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주택의 시설이 손상되어 그 수리비가 명확할 경우에는 이를 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C씨의 경우처럼 예비비라는 구실로 일부를 반환하지 않으면서 추후 발생하는 수리비를 공제하겠다는 것은 법률상으로나, 계약상으로 근거가 없습니다. 더구나 집주인이 공제하겠다고 하는 전기안전기의 손상이 글쓴이의 귀책사유로 손상된 것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비용을 공제할 수도 없습니다. 10만 원으로 소액이기는 하나, 보증금 잔액에 대한 반환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실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신청 등 독촉절차로써 법원에 소송할 수도 있습니다.

답변=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자문역)
정리=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