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정 전 한일경제협회 전무 제공
“한·일 우호증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목표로 일본 각 지역을 매일 25㎞이상 걷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가 어렵다고들 얘기하지만 막상 일본 지방에서 만난 서민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일 양국의 일반 국민 사이에 좋은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조금이나마 개선하든데 도움을 주겠다며 일본 열도를 홀로 종단에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허남정 전 한일경제협회 전무(67)가 그 주인공입니다. 직접 일본 열도를 걸으며 한·일 관계 정상화와 발전방안에 대해 성찰을 하고, 현장에서 양국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의도에서 도전을 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한·일 우호 증진을 원하는 대다수 한국인의 마음을 일본인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한몫했습니다.



허 전 전무는 지난달 1일 일본 가고시마로 출발해 약 두 달 일정으로 홋카이도 삿포로까지 주파한다는 계획을 차곡차곡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매일 하루 8시간씩 25㎞가량을 걷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에 ‘민간외교관 허남정의 일본 종단기’라는 글을 현장 사진과 함께 올리며 여정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열도 종단 과정에서 한국 한일경제협회의 카운터파트인 일한경제협회를 비롯해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 일본걷기연맹 등도 방문했습니다. 30년 이상 구축한 일본 지인들 뿐 아니라 다수의 현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면서 ‘민간 외교관’‘민간 양국 우호 홍보대사’역할을 수행하고 나선 것입니다.



전체 일정의 40%가량을 소화한 허 전 전무를 지난주 도쿄에서 만나 그동안 겪었던 경험담과 소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허 전 전무의 일성은 “한·일 관계가 악화됐다는 뉴스가 늘면서 일본 현지의 민심도 한국에 대해 나빠지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대다수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과거사 문제에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한 조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지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안 현지인들의 소개로 윤봉길 의사의 옛 묘소를 같이 참배를 한 경험이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입니다. 윤봉길 의사 유해는 1946년 귀국하기 전까지 일본 가나자와 암매장지에 묻혀 있었습니다. 1992년 윤 의사 묘소였던 자리를 기념하는 시설들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허 전 전무와 동반해 윤 의사 옛 묘소를 참배한 일본인들은 “국적을 떠나서 자신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자에겐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허 전 전무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한양대에서 일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일본 전문가입니다. 일본 오비린대 유라시아종합연구소 객원연구원,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정책자문위원,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무, 한일경제협회 전무 등 30여 년간 일본 관련 일을 했습니다.



허 전 전무는 “지금까지 750㎞를 걸었고, 이제 삿포로까지 가면 총 1300㎞를 걷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한 개인의 조그만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양국 관계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