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100세 바라보는데…'65세 노인' 기준은 40년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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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년기획 - 인구절벽·고령화 쇼크
<1부> 본격화하는 베이비부머 은퇴
(5·끝) 국가 비상상황, 정책 뿌리부터 바꿔야
고령인구 40년새 5배↑ 726만명
기대수명도 66.1→82.6세 됐지만 노인정책은 인구급변 반영 못해
정책별 노인 기준도 달라 혼선
전문가 "인구부총리 신설, 중구난방 노인정책 총괄해야
고용 유연성 대폭 확대해 일하는 건강한 노인 늘려야"
<1부> 본격화하는 베이비부머 은퇴
(5·끝) 국가 비상상황, 정책 뿌리부터 바꿔야
고령인구 40년새 5배↑ 726만명
기대수명도 66.1→82.6세 됐지만 노인정책은 인구급변 반영 못해
정책별 노인 기준도 달라 혼선
전문가 "인구부총리 신설, 중구난방 노인정책 총괄해야
고용 유연성 대폭 확대해 일하는 건강한 노인 늘려야"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될 당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6.1세에 불과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65세 이상을 통상적인 노인이라고 보고 노인 복지정책을 마련했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난 올해 기대수명은 82.6세에 이른다. 여성은 85.7세로, 90세를 돌파하는 것도 머지않았다. 노인복지법은 지난 40년간 55번에 걸쳐 개정됐지만 정작 모든 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은 건드리지 못했다. 근시안적인 노인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40년 전과 같은 노인 연령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4%인 726만 명으로,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1980년 65세 이상 인구(145만 명)에 비해 다섯 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대수명은 66.1세에서 82.6세로 늘었다.
인구 구조는 40여 년간 급격히 변했는데 노인정책은 그대로다. 노인 연령만 봐도 그렇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사회복지시스템이 30~40년 전 만들어졌는데 당시의 노인 기준을 기대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령자를 건강한 경제인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사회보험 비용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보완해왔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고령자고용촉진제도가 있다. 이는 5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1991년 도입할 당시엔 55세 이상이 고령자로 통했지만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수혜 대상자조차 ‘내가 왜 고령자냐’며 불쾌해하는 사례가 많다. 정책 대상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고용노동부는 ‘고령자’라는 명칭을 ‘장년(長年)’으로 변경하도록 2016년 관련 법을 개정했다. 문제의 핵심은 비껴간 채 용어만 바꾼 셈이다. “인구 부총리 신설해야”
노인정책을 펴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국민연금 개편 논의에서도 컨트롤타워 부재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개편안 중 하나로 납입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 방안을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개편안)에서 제외했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연금 납입연령만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여론을 감안해서다. 노동시장 정책 등과 연계하지 못하고 개별 부처 차원에서 대처하다 보니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대책 등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일관되게 끌고 갈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현훈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직으로는 부족하고 부총리급의 ‘인구부’와 청와대 ‘인구수석실’을 신설해 고령화 대책을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 선행해야”
문제의 본질부터 다시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적 대타협과 같은 큰 틀을 마련해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에만 10조원을 쏟아붓는데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떨어지는 건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며 “한국적 특성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보편적 복지를 마구잡이식으로 늘리면 국고만 빌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이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 공공 알바 및 일용직 등으로 전전하는 것은 한국 임금체계가 근속연수에 연동하는 연공급이기 때문”이라며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도입돼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피크제는 임시적 조치고 임금체계 개편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노동력은 자본·중간재처럼 1~2년 안에 생산할 수 없고 대졸은 25년, 고졸 노동력은 20년이 걸린다”며 “이민 등으로 노동력을 수입해 오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특단의 고령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40년 전과 같은 노인 연령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4%인 726만 명으로,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1980년 65세 이상 인구(145만 명)에 비해 다섯 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대수명은 66.1세에서 82.6세로 늘었다.
인구 구조는 40여 년간 급격히 변했는데 노인정책은 그대로다. 노인 연령만 봐도 그렇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사회복지시스템이 30~40년 전 만들어졌는데 당시의 노인 기준을 기대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령자를 건강한 경제인으로 활동하도록 하고 사회보험 비용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보완해왔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고령자고용촉진제도가 있다. 이는 5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1991년 도입할 당시엔 55세 이상이 고령자로 통했지만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수혜 대상자조차 ‘내가 왜 고령자냐’며 불쾌해하는 사례가 많다. 정책 대상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고용노동부는 ‘고령자’라는 명칭을 ‘장년(長年)’으로 변경하도록 2016년 관련 법을 개정했다. 문제의 핵심은 비껴간 채 용어만 바꾼 셈이다. “인구 부총리 신설해야”
노인정책을 펴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국민연금 개편 논의에서도 컨트롤타워 부재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개편안 중 하나로 납입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이 방안을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개편안)에서 제외했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연금 납입연령만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여론을 감안해서다. 노동시장 정책 등과 연계하지 못하고 개별 부처 차원에서 대처하다 보니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대책 등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일관되게 끌고 갈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현훈 강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직으로는 부족하고 부총리급의 ‘인구부’와 청와대 ‘인구수석실’을 신설해 고령화 대책을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 선행해야”
문제의 본질부터 다시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적 대타협과 같은 큰 틀을 마련해 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에만 10조원을 쏟아붓는데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한참 떨어지는 건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며 “한국적 특성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보편적 복지를 마구잡이식으로 늘리면 국고만 빌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이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 공공 알바 및 일용직 등으로 전전하는 것은 한국 임금체계가 근속연수에 연동하는 연공급이기 때문”이라며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도입돼 나이에 상관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피크제는 임시적 조치고 임금체계 개편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노동력은 자본·중간재처럼 1~2년 안에 생산할 수 없고 대졸은 25년, 고졸 노동력은 20년이 걸린다”며 “이민 등으로 노동력을 수입해 오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특단의 고령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