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인 웨이모가 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제공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인 웨이모가 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제공
“이 서비스는 게임 체인저다.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인 웨이모가 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을 개시하자 전문가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구글이 비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이후 약 10년 만의 성과다.

‘구글X’ 비밀 프로젝트가 뿌리

구글이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9년이나 그 뿌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초기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참가해 벌이는 경주대회 ‘그랜드 챌린지’를 열었다.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을 240㎞가량 주파하는 대회였고 당시 완주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2005년 제2회 대회에선 결승에 진출한 23대 차량 가운데 5대가 240㎞를 완주했다. 우승팀은 ‘스탠리’라는 이름의 초기 자율주행차로 출전한 스탠퍼드대학팀이었다. 이 팀을 이끈 인물은 ‘자율주행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서배스천 스런 교수였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자신들의 자율주행차 구상을 실현할 인재를 구하려고 대회 현장을 찾았다가 스런 교수를 발견했다. 스런 교수는 2007년 구글에 영입됐고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인 ‘구글X’의 사업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들어갔다. 구글X는 당시 구글 직원들조차 존재를 몰랐던 프로젝트다.

구글은 2015년 전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장인 존 크래프칙을 웨이모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상용 서비스 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손님 태우고 달린 '4단계 자율車' 웨이모…"자동차 신천지 열었다"
1000만 마일 주행 후 상용화

자율주행차 기술은 주행 데이터를 많이 축적할수록 발전한다. 웨이모는 그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애리조나·미시간·조지아주 등지의 25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를 해왔다. 지난 10월에는 자사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서 달린 거리가 1000만 마일(약 1600만㎞)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달린 주행 거리는 70억 마일(약 112억㎞)에 이른다. 웨이모가 처음 300만 마일을 주행하는 데 8년이 걸렸지만 최근 5개월 만에 300만 마일을 운행했을 정도로 경쟁사들보다 기술 발전이 빠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가 매긴 자율주행차 기술 순위에서 웨이모가 GM, 우버 등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유다. 미 금융가 월스트리트에선 자율주행 택시 상용 서비스가 안착하면 웨이모 기업가치가 최소 500억달러(약 55조9000억원)에서 최대 1750억달러(약 195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웨이모가 서비스하기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는 자율주행 기술 4단계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1단계부터 5단계까지로 분류한다. 4단계는 운전자의 제어가 없는 자율주행차다. 다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운전대를 잡을 운전자가 탑승해야 한다. 5단계는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완전 무인차’다. 웨이모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차를 수년 내 선보인다는 목표다.

크래프칙 CEO는 이날 블로그에 “상업적 자율주행은 새로운 교통 영역”이라고 자축 메시지를 남겼다.

미국 주정부들이 적극 지원

구글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주정부의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주정부는 신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에서 일정 기간 기존 자동차 안전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회사는 자율주행차 시스템 결함에 따른 배상을 보장하는 자율주행차 전용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안전과 관련해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점은 걸림돌이다. 웨이모가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피닉스 동부지역은 지난해 3월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던 곳이다.

실리콘밸리=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