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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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이 '바둑계 미투'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헝가리인 코세기 디아나 기사에게 "김성룡씨에게 호감을 가졌느냐", "성폭행 사건 다음날 왜 가해자와 바닷가에 놀러갔느냐”", "청바지는 본인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 아니냐" 등의 적절하지 않은 질문을 했다.

신문은 이러한 내용이 지난 6월 작성된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윤리위) 조사·확인 보고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윤리위는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디아나 기사에게 물었다. 이에 디아나 기사는 "일이 발생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친구 2명을 따라다닌 것이고 친구들이 나를 지켜줄 것 같아 같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윤리위는 "(디아나 기사가) 탈의에 협조했다는 김성룡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준강간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디아나 기사는 한국기원의 질의서와 보고서가 김 전 9단에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고서 재작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기원 측은 "보고서에 대한 지적은 들어 알고 있다. 재작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디아나 기사가 지난 4월 "2009년 김 전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한국기원 징계위원회는 지난 7월 김 전 9단의 제명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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