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졸업생 좌담회
MBA 졸업장이 승진과 이직을 100% 보장하던 시기가 지나가면서 내실 있는 MBA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성비’ 좋은 국내 대학 MBA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각 대학 MBA 과정의 장단점도 관심사다. 국내 주요 대학은 강의시간, 교육내용 등 특색 있는 MBA 과정을 운영 중이다.
각 대학 MBA에서 공부 중이거나 최근 졸업한 선배들의 조언은 이 같은 고민을 해소할 실마리가 된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대학 MBA를 경험한 4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MBA를 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용준 듀폰코리아 안전및건설사업부 영업팀 부장=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갈증이 제일 컸습니다. 영업 일만 14년 정도 했는데, 재무나 인재개발(HR), 마케팅 쪽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했죠. 영업 업무는 시장의 전체적 그림을 읽을 줄 아는 감각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최창은 인바디 부사장=공감합니다.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 하면 누구나 갈증이 생기잖아요. 이전에 광고기획 쪽에서 일했는데, 시장이나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는 폭넓게 쌓을 수 있었지만 비즈니스 전체를 파악하고 싶다는 갈증이 컸습니다. 그래서 KAIST 프로페셔널MBA에 진학했죠. 사실 원래 있던 곳에서 좀 더 재밌게 일해보자는 취지로 진학했는데 MBA 과정 중간에 좋은 기회를 만나 지금의 직장으로 옮기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장=해산물 식품업체 회사에 상무로 있었는데 직급은 상무인데 회사 전반의 업무가 한눈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제 학부 전공이 국어국문학이라 상품기획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 특화된 공부를 하고 싶단 생각이 커졌죠. 사실 외국 대학 MBA도 고려했는데,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떨치고 외국으로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제가 공부한 한양대 MBA 마케팅 트랙은 주말 과정인 데다 학교가 회사 근처라서 제게 ‘맞춤형’이었습니다.
▷황익수(성균관대 SKK GSB, 2월 졸업 예정)=꿈을 이루기 위해 진학했습니다. 원래 꿈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거였는데 학교 다니고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궈서 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쌓고 싶단 생각에 MBA 진학을 택했습니다. 성균관대 SKK GSB 풀타임 MBA에서 공부하면서 마케팅이나 세일즈 영역을 심화해서 수강하는 중입니다.
▷각 대학 MBA의 장점을 소개해주신다면.
▷최창은=KAIST 프로페셔널MBA는 3년 과정이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죠(웃음). 학술적인 분위기가 강하죠. 일단 동료들부터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고요. 2년이 아니라 3년 과정임에도 지원한 사람들은 ‘공부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가 돼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유용준=알토대 EMBA는 해외와 국내 두 가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단 게 강점입니다. ‘가성비’가 좋죠. 전 세계 3개 인증기관에서 인증받은 MBA 기관이다 보니 이름도 알려져 있고요. 또 국내외 석학들의 강의를 고루 들을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 대학 소속 교수만 강의하는 게 아니라 핀란드 헬싱키, 미국 플로리다 등 각지에서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교수들이 와서 강의하니까요. 또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힘들지만 역량 개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강북반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강남반은 강남 KOTRA에서 수업을 듣는데, 강남반은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거든요. 특히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분들은 영어 스피치 역량이 필요하잖아요.
▷황익수=성균관대 SKK GSB MBA는 수업 방식 자체가 ‘경험 위주’라는 게 장점입니다. 액션 베이스드 러닝(action based learning)이라고 하죠. 이론도 배우지만 수업마다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하나씩 있어서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 구성원들이 국내에서 제일 글로벌하다고 자부할 수 있죠. 학생 50% 정도가 외국인이고 교수도 반 이상이 해외 출신입니다. 수업은 물론 모두 영어로 진행하고요. 다양한 경험과 문화, 가치관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습니다. 교환프로그램이랑 복수학위제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강점이죠. 미국 인디애나대 캘리스쿨 등 해외 유수대학의 MBA를 경험하고 싶은데 풀타임으로 떠나기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이 있다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낙삼=한양대 MBA는 각 분야에 특화된 다양한 트랙을 운영 중입니다. 특히 의료경영 트랙은 국내에서 한양대밖에 없었기 때문에 의료 관계자들이 많이 몰린다고 들었습니다. 18개 트랙이 맞춤형으로 마련돼 있는 게 제일 큰 특징이죠.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최낙삼=발표도 많고 팀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주말 나들이는 꿈도 못 꿨고요. 가족들의 지지와 동의가 없으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공부할 때 정말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진된 기분이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매주 새로운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즐거움을 만끽했죠.
▷유용준=체력도 필수입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휴학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과제를 많이 했어요. 매주 팀 과제가 있으니까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작업해서 팀원들에게 보내주곤 했죠.
▷“MBA가 이직이나 승진을 100%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도 있습니다.
▷최창은=과거와는 MBA 개념이 달라졌죠. 2000년대 중반 MBA가 한창 인기 있을 때는 자본개발의 의미가 컸어요. ‘이직해서 연봉 얼마 받겠다’ 이런 결과 중심적인 사고가 강했다면, 이제는 과정과 경험이 중요하죠. 또 어차피 국내 업계에서 일할 생각이라면 해외 MBA를 택할 이유가 적다 보니 ‘내실 있는 국내 MBA’에 관심이 커지고 있고요.
▷최낙삼=흔히 ‘문무를 겸비한다고’들 말하잖아요. 학문적 역량과 실무적 역량을 같이 갖추면 제일 좋은데 그게 MBA 역할이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 일이 어떤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건가’ 이론적으로 정리할 시기가 한 번쯤은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허공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이미 검증된 기반 위에서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붙죠.
▷MBA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유용준=모두에게 MBA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인 만큼 자신에게 MBA가 필요한지, 왜 필요하고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은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왕 마음을 먹었다면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고요. 저는 직장생활 13년차에 시작했는데 ‘회사의 언어를 미리 알았더라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7~8년차에 하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
▷최낙삼=저는 ‘MBA는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100세 시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좋은 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겁먹지 말고 시작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