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아래 달동네, 좁은 골목길, 108계단으로 연상되는 가파른 언덕, 소설 오발탄에 나오는 해방촌 자락. 우리가 알고 있던 후암동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최근 경매시장에서 후암동이 집중 부각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월 24일 서울 서부지법 경매 법정에서는 첫 번째 경매에 나온 후암동 꼬마 빌딩에 무려 105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의 230%인 6억 5000만에 낙찰된 것이었다. 105명의 응찰자 수는 지난 10년 내 서울시내에서 나온 경매 물건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사례로 기록됐다. 해당 물건의 낙찰가인 6억 5000만 원을 대지면적인 39.4㎡로 나누면 1㎡당 1650만 원으로 3.3㎡당(1평)로 환산해보면 5445만 원에 달했다. 확인 결과 지난 8월 30일 잔금까지 모두 납부되어 사실상 거래가 완료됐다. 3.3㎡당 5445만 원의 실제 거래 사례가 후암동에서 나온 셈이다.
과연 지금 후암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100명이 넘는 경매 응찰자가 나오고 5000만 원 이상의 낙찰가가 나오는 것일까? 가을을 알리는 빗줄기가 그치자마자 밸류맵 리서치팀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후암동을 살펴보았다. ◆2018년 후암동 3.3㎡당 3473만 원으로 2년 만에 44% 올라
2016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에서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지고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단독·다가구 및 업무상업시설의 거래 사례는 총 160여 건이다. 각각 2016년 69건, 2017년 61건, 2018년 7월까지 30건 등으로 거래량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다만 평균 거래금액은 2016년 3.3㎡당 2406만 원에서 2017년 2774만 원, 2018년 3473만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약 44% 급등했음을 알 수 있다. 후암동과 인접해 있는 동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청파동을 살펴보면 2016년 거래 평균 금액이었던 2422만 원 대비 2018년 3022만 원으로 24.7%, 최근 용산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남동은 2016년도에 3.3㎡당 4123만 원 수준이었던 것이 2018년에는 4950만 원으로 불과 20% 상승했다. 후암동은 상승률이 2배 이상 높은 편이다. 실질 상승액도 후암동이 압도적이다. 후암동의 경우 2016년 대비 3.3㎡당 1066만 원이 증가했으나, 청파동은 600만 원, 한남동도 827만 원 상승에 그치며 후암동에 미치지 못했다.
가격 상승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후암동을 개발계획 및 도로망, 경사도 등을 기준으로 크게 3등분해 분석해 보았다. 쉽게 서쪽부터 A 지역, B 지역, C 지역 으로 분류했다. 세 지역은 주택의 형태부터 활용도, 발전 속도와 향후 전망이 다른 곳이다. 같은 동네지만 다른 가치를 지니는 곳이다. ◆후암동 A 지역, 개발사업 늦어지면서 가격 상승 가장 뒤져
후암로를 기점으로 좌측(A 지역)의 경우 2006년 후암동 주택재건축 정비 사업구역이 지정됐다. 2015년 후암동 특별계획 구역 등의 개발계획이 들어섰으나 사업 속도가 대부분 더딘 편이며 추진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특별계획 구역도 있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편이다. 역시나 이런 현실이 실거래가에 잘 반영됐다. 2016년까지 평균 실거래 가격이 3.3㎡당 2437만 원으로 후암동 전체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었으나 2018년 현재 거래량 및 거래면적 가격 등이 모두 하락했다. 3.3㎡당 평균 실거래가는 2681만 원으로 후암동 전체 평균 3473만 원에 비해 77%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물건별 평 단가를 지도를 통해서 확인해 보면 A 지역 하단 지역인 삼광 초등학교 인근 골목 지대는 2016년도는 3.3㎡당 1000만 원대 후반부터 2000만 원대 초중반 거래가 많았던 것에 비해 2017~2018년에는 3000대 후반까지 거래가가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후암동 142-53번지(토지 42.8평) 단독주택은 2016년 7월에 7억 3000만 원에 거래돼 3.3㎡당 1700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거래된 140-21번지(토지 10.4평)는 3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며 3.3㎡당 3650만 원을 기록했으며, 역시 3월에 거래된 142-73번지(토지 10.3평) 단독주택도 3억 9000만 원에 거래되며 3800만 원 수준으로 유지했다. A 지역 후암로 노변 근린상가의 올해 거래는 아직 없으나 2016년 105-64번지(토지 73평)가 28억 8500만 원에 거래돼 3.3㎡당 3900만 원대를 기록한지 1년 만에 인접한 243-1번지(51.8평)가 25억 원(3.3㎡당 4800만 원)에게 거래되며 1년 사이에 900만 원가량 시세가 상승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후암시장 주변도 역시 단독주택의 경우 2016년 1000만 원대 후반이었던 시세가 2017년 이후 2000중 반에서 3000만 원대 초반까지 상승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소로(도로폭 약 8m 내외)에 접한 근린상가는 대로(도로폭 약 25m 내외)보다 20% 정도 저렴한 4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후암동 B 지역, 협소주택 성지로 변신 중
B 지역은 후암로와 두텁 바위로 사이 평지지역으로 설정했다. 후암동 주요 관공서 및 편의시설들이 밀집했고 단독·다가구를 비롯해 다세대 주택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차량 2대가 교차할 수 있는 소로들이 다수 존재하며 대부분 보행의 불편이 거의 없는 평지로 이뤄졌다.
단독·다가구 및 근린시설 연간 거래건수는 30~40건 내외로 분류한 3개 지역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편이며 2018년 7월까지 거래량이 16건으로 올해도 예년 수준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거래가 상승은 놀라운 수준으로 2016년 3.3㎡당 2397만 원 대비 1200만 원 이상 오른 3619만까지 평균 가격이 상승한 상태이다. 3개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16년과 비교하면 50.9% 상승한 수치이다.
위치별 평 단가를 살펴보면 B 지역 북쪽 대로변 단독주택(현황상 상가)은 3.3㎡당 5800만~6300만 원 사이에 거래 내역이 있다. 밀레니엄 힐튼호텔 건너편 후암동 440번지 근린상가는 지난 6월에 59억 원에 거래돼 3.3㎡당 4700만 원을 기록했다. 용산고등학교 교차로 코너지에 있는 후암동 255-26번지 토지 30평 건물 54평 규모의 업무상업시설도 19억 1000만 원에 2017년 7월에 거래 신고돼 3.3㎡당 6200만 원을 기록했다. 최근 105명이 입찰에 참여해 이슈가 된 후암동 꼬마빌딩도 B 지역 남측 면에 위치하고 있다. 대로변 상가의 경우 위치에 따라 4000만 원대 후반에서 6000만 원 중반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면 도로 안쪽 단독주택의 경우 2000만 원 중반 수준에서 거래된 대부분이었으나 2018년 들어 3000만 원대 중후반 물건들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거래된 후암동 58-17번지 단독주택은 5억 6000만 원에 거래되어 3.3㎡당 3900만 원을 기록했다. 후암동 306번지 단독주택도 4억 100만 원에 거래되어 3300만 원을 넘겼다. 해당 주택은 토지 12평, 건물 21평이 조금 넘는 소형 필지로 최근 후암동에서 유행하는 협소주택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후암동 349번지 및 348-2번지 2개 필지 대지 19평의 구옥은 2017년 4월 합계 4억 9000만 원에 매입돼 지금은 단독 주차장이 포함된 4층 규모 협소 주택으로 신축된 상태다. 인근에 이미 신축이 완료됐거나 신축 중인 협소주택이 10여 채에 이를 정도로 소형 필지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다만 최근 가격 급등으로 인해 매물이 많이 들어간 상황이다. 후암동 R 공인 중개사무소 강모 대표는 "협소주택을 지을 만한 토지 물량이 많이 소진되면서 물량이 많은 편은 아니며 대로변은 3.3㎡당 4000만~5000만 원이다"라며 "안쪽의 경우 2500만 원대 물건을 소개해 줄 수 있으나 최근 분위기가 매도자 중심 시장으로 급변하면서 실제 계약까지 이뤄질 경우 호가 상승의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협소주택이란? 199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기에서 등장한 용어로, 50~ 70㎡(약 15평 ~ 20평) 내외의 토지에 건축된 좁고 작은 집을 뜻하는 용어(토지면적이 40평 정도 되면 단독주택이라 불린다)다. 대도시에서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일본의 개성 있는 젊은 부부 사이에서 유행했다. 국내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협소주택 취득 비용을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2015년부터 협소주택 유행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암동 C 지역, 시티뷰와 루프탑 카페의 승리
두텁바위로와 남산 소월로를 사이에 둔 두툼한 경사지. 이곳이 최근 후암동에서 가장 이슈가 많이 되는 C 지역이다. 3~4년 전 더백푸드트럭이라는 햄버거 집이 소월로 와 바로 접한 경사로 최상단에 입점하면서 서울 야경을 멋지게 볼 수 있는 카페로 SNS 상 유명세를 떨쳤다. 이후 바로 인접한 건물을 한 유명 가수가 매입하여 루프탑 카페 및 바 등으로 개조해 오픈해 대중에게 크게 알려졌다. 이후 인접 부동산으로 루프탑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속속 들어오면서 서울의 새로운 야경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지역이 좁은 만큼 거래량은 연간 10여건 내외에 불가하지 면 평균 거래액은 3.3㎡ 3555만 원으로 평지인 B 지역과 거의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다. 2016년 3.3㎡당 거래액 2387만 원 대비 약 48.9% 상승한 수치이다. 구역별로 살펴보면 2016년 이후 3년간 도백 푸드트럭이 입점해 있는 후암동 406-55번지 50m 이내에 거래된 건물이 총 11건이다. 2016년 406-76번지가 5억 7000만 원에 거래돼 3.3㎡당 2700만 원을 기록한 이후 2017년 9월 도로변에 있던 406-55번지(토지 13.5평)가 6억 원에 거래돼 4400만 원, 11월 406-58번지(토지 6평) 1호가 3억 6000만 원에 거래되어 3.3㎡당 6000만 원을 기록했다.
도로변 물건이 거의 사라진 2018년에는 아래 골목 쪽으로 거래가 확대되며 406-77번지(토지 22평)가 7억에 매매돼 3.3㎡당 3100만 원, 406-56번지(37.4평)가 13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3600만 원, 406-114번지(13.6평)가 6억 원에 거래되며 4400만 원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반면 지대가 낮아 상대적으로 접근성 및 루프탑 상권이 여의치 않은 20여 m 아래쪽 단독주택들은 상기 거래가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월에 거래된 406-94번지(17평)의 경우 2억 3500만 원에 거래되며 3.3㎡당 1370만 원을 기록했으며, 3월에 거래된 406-106번지(28.5평)의 경우 3억 3000만 원(3.3㎡당 1150만 원), 406-52번지(22.1평)도 2억 8000만 원으로 3.3㎡당 1260만 원에 거래되는 것에 그쳤다. ◆루프탑이 뭐길래…
종전 이태원이나 홍대 쪽에 불었던 루프탑 바람이 후암동에도 찾아오는 것과 관련하여 지역 민심은 반반이다. 소월로의 위치한 T 부동산 공인 중개사무소 박모 대표에 따르면 “과거 쪽방들이 몰려있던 곳이라 한 지붕 아래 소유자가 여러 명인 복잡한 물건들을 제외하고는 주인이 매각 의사가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이 다 거래됐다"라고 설명했다. 문의는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좁은 지역이라 더 이상의 매물은 나오지 않고 가격도 너무 높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부동산 투자자의 의견은 달랐다. 주변에 주차도 어렵고 대중교통도 쉽지 않지만, 서울 시내 야경이 드라마틱 하게 보이는 데다 건물의 규모가 작아 총 투자 금액이 높지 않은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야경을 보기 위한 저녁 손님이 많은 편이며, 낮에도 1층 카페가 활발히 돌아가는 등 해방촌과 이어지며 상권 활성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후암동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종전 해방촌과 이어지는 쪽방과 달동네 이미지를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소형 주택들의 갤러리가 있으며, 언덕길을 힘들게 오른 후에도 서로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도시의 루프탑으로 재탄생했다. 이제는 커플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가 된 후암동. 후암동의 발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끝)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
정리=집코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