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5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2019년 예산안은 참사 수준의 고용상황, 악화된 분배구조 등 당면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자리 예산을 역대 가장 큰 폭(22%)으로 늘려 23조5000억원으로 편성하는 등 보건·복지·고용 분야에만 전체 예산의 35%에 달하는 16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작년(17조원)과 올해(19조원) 일자리 분야에 36조원(추가경정예산 등 포함 54조원)의 예산을 쏟고도 고용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점에서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또다시 줄인 것도 고용창출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자리 지원 등 복지 예산만 35%

정부는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올해(144조6000억원)보다 12.1% 늘린 162조2000억원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2%나 늘린 23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역대 최고 증가율이다. 최저임금 급등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제조업과 자영업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늘린 예산으로 노인일자리(51만 개→61만 개), 아이·노인돌봄서비스 등 여성일자리(12만 개→13만6000개), 장애인일자리(1만7000개→2만 개)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어린이집 보조교사(1만5000명)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4000개를 창출하고,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을 합쳐 3만6000명 늘릴 방침이다.

소득분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크게 늘렸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급(51조원), 기초연금 인상 등 노인 지원(14조원), 기초생활보장 강화(12조7000억원), 건강보험 지원(9조원), 아동수당 등 보육 지원(7조9000억원)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재정 확대가 고용 및 분배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재정 지출로 한시적인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며 “투자와 소비 확대를 통해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투자 마이너스인데…

산업·중소기업·에너지(14.3%), 일반·지방행정(12.9%), 교육(10.5%), 문화·체육·관광(10.1%) 등의 분야에 대한 예산 증가율도 두 자릿수다.

국방 예산 증가율은 2008년(8.8%) 이후 최고 수준인 8.2%를 나타냈다.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은 3.7% 늘린 20조4000억원으로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예산이 깎였던 환경 분야도 내년엔 3.6%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SOC 예산은 올해 14.2% 줄인 데 이어 내년에도 2.3% 깎은 18조5000억원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신규 사업을 최대한 억제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SOC 예산 축소가 일자리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건설투자가 마이너스인 상황을 감안해 SOC 예산을 더 늘려야 하는데도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쉬운 길을 놔두고 국민 전체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금형 일자리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578만원

내년 국세수입 전망치와 통계청의 내년 장래인구 추계(5181만 명)를 기준으로 추정한 내년 1인당 세부담. 다만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가 있고 국민 중에 면세자 등이 있어 실제 국민이 내는 1인당 세액과는 차이가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