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등 LTV·DTI 등 규제 피해… 정부 대출 규제 강화 무색
전문가 "불법 아니지만 관리 필요"
집사려고 임대사업자 등록에 전세대출도… '꼼수 대출' 여전
직장인 김모(53)씨는 서울 강남에서 전용면적 59㎡의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임대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투기지역 내 다른 집에 주택담보대출이 있어 집을 사기 위한 추가 담보대출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임대사업자에게는 집값의 80%까지 빌려준다는 말에 솔깃했다.

김씨는 "일단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대출을 받고 임대 기간을 모두 채울지는 집값 변동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집값이 단기에 많이 오르면 중간에 팔 수도 있고 가격이 떨어지면 계속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작년 8·2대책 이후 대출을 대폭 강화했지만 규제에서 벗어난 다양한 대출금이 주택시장의 매입자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꽉 막힌 대출 문턱을 넘기 위한 일종의 편법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다.

23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작년 8·2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에는 시중은행의 임대사업자 대출 판매가 유행하고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40%로 축소되고 투기지역에선 추가로 담보대출 건수도 가구당 1건으로 제한돼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사업자 대출로 전환돼 집값의 70∼80%까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집값이 10억원인 경우 투기지역에선 전세를 끼지 않아도 대출한도가 3억∼4억원으로 줄어들지만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하면 한도가 최대 8억원까지 늘어난다.

물론 '가구당 1건'의 제약도 받지 않고, 5년, 10년 거치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금 보유액이 부족한 사람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조건으로 강남의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나 종합부동산 합산과제 배제 등 세제혜택이 없는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다.

임대 기간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2014년 말 한시적으로 준공공임대주택(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에 부여한 양도세 100% 감면 혜택은 누릴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보증금을 빼면 일반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아파트인데 은행에서 돈을 빌려와서 집을 사더라"라며 "임대사업자대출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 대출을 이용한 사람들도 임대 기간을 다 채울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집값이 불안하니 일단 대출을 받아 사두는 게 목적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 대출이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주택 임대사업자 대출에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이나 소득대비 대출비율(LTI) 등을 따져 대출을 제한하고 지난달부터는 제 목적에 맞게 쓰는지를 따지는 용도 심사도 강화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은 여전히 느슨한 조건으로 대출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들의 설명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특정 은행은 대출 상담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와 판매를 하고, 손님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중개업소에 명함을 돌리기도 한다"며 "이 대출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용하게 되면서 주택구매 심리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시중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주택 매입자금으로 전용하는 것은 일반화된 방법이다.

전세계약서와 확정일자만 있으면 손쉽게 대출이 가능하고 대출금리도 3%대 초반으로 담보대출보다 낮은 점을 이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LTV·DTI나 대출 건수 제약이 없어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구에서 많이 활용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있어도 추가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구입에 사용할 가용자금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0억원짜리 집을 살 때는 LTV 40%가 적용돼 4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지만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면 보증금(6억∼7억원)의 80%인 4억8천만∼5억6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며 "내 집이 있고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도 전세계약서만 있으면 추가 대출이 되니 이중으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거주는 하지 않으면서 친인척 등을 통해 가짜 전세계약서를 만들어 대출을 받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대출 심사 시 전세계약서만 볼 뿐, 추후 해당 주택에 실거주 여부는 조사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함께 전세자금대출 등을 통한 '꼼수 대출'로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다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임대사업자 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나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구매 수요가 많은 것은 시중에 1천1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유동자금 때문이기도 하지만 은행 또는 제2금융권을 통한 편법 대출이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임대사업자 대출이나 전세대출 모두 뚜렷한 목적이 있는 대출인데 이 자금을 편법으로 이용해 주택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세입자 등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