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뚫리면 '부동산 투자' 길이 보인다
고속철도, 광역철도, 도시철도 등 철도망이 새로 뚫리면 집값은 오른다. 도심까지의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집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철도망 구축 계획을 세심하게 분석하면 돈이 보이는 이유다.

◆외곽지역 집값 상승 효과 커

철도망 개통을 앞두고 집값은 세 차례가량 뛴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상 사업계획이 발표됐을 때 한 차례 오르고, 예비타당성 결과 발표 후 한 번 더 오른 뒤 공사에 착공하면 또 한 차례 상승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외곽지역일수록 교통 개선에 따른 집값 상승 효과가 크다”며 “개통 이후 지역 주거문화 자체가 크게 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통 주거환경 일자리 인프라 자연환경 학군 등 6가지가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선 철도망(교통)이 개선되면 나머지가 함께 좋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경기 고양시 일산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생겨 강남까지 이동시간이 줄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서울 강남의 학군 등 인프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이처럼 중요한 철도망을 분석하려면 정부가 5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계획에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10년 이상 진척이 없는 사업도 적지 않다. 국비로 사업을 하는 철도망은 빠르게 진척되는 반면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함께 투입하는 광역철도와 도시철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민자(민간투자)로 하는 사업도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사업이 속도를 내기 힘들다. 진척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철길 뚫리면 '부동산 투자' 길이 보인다
◆GTX 사업자 선정 뒤 운정 등 집값 오름세

전문가들은 철도망 5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GTX A노선을 비롯해 8호선 연장(별내선), 신안산선, 9호선 4단계 연장,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이다.

GTX A노선은 파주~일산~삼성~동탄을 잇는 노선(83.1㎞)이다. 정거장 10곳을 지난다. GTX는 평균속도 110㎞/h로 일반 도시철도(30㎞/h)보다 4배가량 빠르다. 개통 뒤엔 일산~서울역(26㎞)은 13분, 동탄~삼성(38㎞)은 19분 만에 도착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GTX A노선 시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길 뚫리면 '부동산 투자' 길이 보인다
사업이 진척되면서 인근 집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하철이 없는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동패동·목동동)의 상승폭이 크다. 2015년 11월 분양 당시 2700여 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한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 분양권(전용 84㎡)엔 웃돈 4000만원이 붙었다. ‘운정 센트럴 푸르지오’ 분양권(전용 84㎡)은 지난주 웃돈 7000만원이 붙은 4억2524만원에 손바뀜했다. 지하철 3호선 한 개만 연결돼 접근성이 떨어졌던 고양시 일산신도시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GTX 역사가 들어설 예정인 킨텍스 사거리 주변의 ‘킨텍스원시티’ 분양권(전용 84㎡B2)은 지난주 웃돈 2억4000만원이 붙은 7억3900만원에 거래됐다. 건너편 ‘킨텍스 꿈에그린’ 분양권(전용 84㎡)도 지난주 웃돈 1억6500만원이 붙은 6억7600만원에 실거래됐다.

◆8호선 연장·신안산선 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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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선 연장(별내선)은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8호선 종점역인 암사역(강동구 암사동)에서 시작해 한강 하부를 통과해 구리시 구간을 지나 남양주시 별내읍까지 12.9㎞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서울 암사유적지의 문화재 조사와 개발행위 허가 및 보상 등이 문제가 돼 당초 2022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2023년 9월 개통을 예상하고 있다. 별내선이 완공되면 남양주시 별내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까지 이동 시간이 27분으로 줄어든다. 기존 도시철도 노선 이용 때보다 17분 정도 단축된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도권 동북부 주민의 대중교통 편의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고덕지구 등 강동구 주민의 강남 접근성도 한층 좋아진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사업은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2023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은 안산(한양대역)에서 시작해 시흥, 광명을 거쳐 여의도까지 43.6㎞를 연결하는 전철 노선이다.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대중교통 소요 시간이 1시간30분에서 30분대로 단축된다.

서울 강남권을 통과해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을 강동구 고덕동 일대까지 연장하는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도 눈여겨볼 철도망이다. 지하철 9호선은 현재 3단계 구간인 잠실운동장~보훈병원 9.2㎞ 구간이 공사 중으로 올해 말쯤 개통될 예정이다. 9호선 4단계 연장은 보훈병원과 고덕 강일1지구 3.8㎞ 구간을 4개 역으로 잇는 사업이다. 실현되면 고덕지구 아파트에서 강남까지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 한 차례 예비타당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한 뒤 설계를 수정해 다시 제출한 상황이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사업은 인덕원(안양)~의왕~수원~용인~동탄으로 이어지는 37.1㎞ 구간이다. 17개 역을 신설하고 1개역(서동탄역)은 개량한다. 사업비 2조719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2년간 기본·실시설계를 통해 세부 노선과 역사 위치를 결정한 뒤 2021년 공사를 시작해 2027년 개통할 예정이다. 노선이 완성되면 광교에서 신분당선, 영통에서 분당선, 동탄에서 SRT·GTX와 연결된다.

◆개통 전 착공 단계 투자가 적절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면 시점을 잘 잡아야 한다. 철도망 개통 호재는 집값에 선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집은 철도망 완공 전까지 오르던 집값이 완공 후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개통 때는 이미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는 그보다 빨라야 한다는 견해다.

전문가들은 착공 단계에서 사라고 추천한다. 타당성 심사를 통과해도 5년 뒤 새로운 환경이 발생하면 다시 심사하기도 한다. 일반 투자자는 착공 전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은 낮지만 위험을 피할 수 있어서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착공 시점을 알아보려면 조달청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철도망뿐만 아니라 다른 점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대중교통 편의성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주변 여건도 살펴봐야 한다”며 “철도망이 뚫리는 지역 인근에서도 교육환경 등 기본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