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 중시하는 젊은층
고가의 가죽 가방 대신
100만원 미만 비치백 선호
"지갑·파우치 넣으면 예뻐"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최근 ‘셀린느 비치백’을 구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지난 2월 셀린느가 선보인 투명한 비치백은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만든 비닐 핸드백이다. 겉엔 셀린느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엔 “어린이들의 질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을 멀리 떨어뜨려 놓아라”는 글귀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어 등 4개 언어로 쓰여 있다.
이 가방은 판매용이 아니다. 올해 새로 나온 가죽 파우치와 지갑을 구입하면 담아주는 쇼핑백 개념으로 한정 생산했다. 파우치 가격은 590달러로 약 63만원. 일각에선 “비닐백 가방이 63만원이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명품 마니아들은 “가죽 파우치는 비쌀 수밖에 없고 그걸 비치백에 담아주는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국내 셀린느 매장에선 이미 ‘완판’됐고 예약주문량까지 다 차서 구할 수 없다.
명품 비치백이 인기를 끄는 건 실용성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씩 하는 고가의 가죽가방보다 유행에 걸맞은 실용적인 100만원 미만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또 “국산 가죽가방을 50만원 주고 사느니 명품 비치백을 60만원에 사는 게 낫다”는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치백은 원래 해안가에서 젖은 옷을 넣거나 모래사장에 편하게 내려놓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명품업체들이 예쁘면서도 실용적인 비치백으로 젊은 층 공략에 나선 것이다. 비치백은 물에 젖어도 되기 때문에 편하게 들 수 있는 데다 가격이 60만~80만원대로 명품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또 속이 비쳐 예쁜 색상의 지갑, 파우치, 화장품 등을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인 카를 라거펠트는 PVC를 선택한 데 대해 “플라스틱은 40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매우 아름다운 소재”라며 “오래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 바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