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 환적' 우려 해소가 관건…정부 "여러 방안 검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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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철강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임박하면서 한국산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정부의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산 철강 우회수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게 관건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가 철강 공급과잉과 중국산 철강 환적 등 미국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경감 또는 면제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한국을 관세 대상에서 빼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전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산업부는 미국을 설득할 대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김 본부장의 지난 방미 때 구체적인 통계와 자료를 갖고 미국을 설득한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아직 미국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런 점을 이번에 보완, 적극 공략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철강업계와 통상 학계에서는 대미 수출을 자제하거나 중국산 철강 수입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미국을 설득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일정량 이상은 미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하는 일종의 신사협정인 '수출자율규제'나 미국 정부가 일정량 이상의 수출 물량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쿼터(할당)'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그러나 알아서 수출을 줄이겠다는 접근은 정부가 지금 당장 선택하기에 부담스러운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선언한 "당당한 대응"이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 방침과도 배치된다.

산업부는 정부가 철강업체들에 대미 수출 물량 감축을 검토하고 중국산 자재 사용을 가능한 줄이라고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자료를 내기까지 했다.

이런 정부 개입은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도 있다.

정부가 중국산 철강 수입을 줄이라고 요청할 경우 중국과의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자율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전에 가능했지만, 지금은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정부의 선택 폭이 제한된 만큼 철강업계가 스스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도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산 철강 환적 문제에 대해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산 소재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미국의 타깃이 된 강관업체의 경우 중국산 열연강판이 한국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강관업체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가장 피해를 보게 됐지만, 중국산 소재 사용을 당장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철강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는 만큼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이 이들 중견업체가 중국산 열연을 사용하지 않도록 열연을 좀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쉬운 방법이 없다 보니 당분간 미국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어떻게든 피해가려고 이것저것 해볼 수 있지만, 결국 관세를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낙관적인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자체 생산만으로 필요한 철강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세로 철강 가격이 올라가면 자동차와 에너지 등 철강 수요산업이 강하게 반발, 관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