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야 한국 정부가 필요하다면 더 내야죠. 문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주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A씨는 22일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혹여 외국인 투자자들이 세금을 내기 싫어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비쳐질까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고 했다. 오는 7월부터 상장 주식 매각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외국인 대주주 범위를 ‘지분율 25% 이상’에서 ‘5% 이상’으로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이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본지 1월22일 A1, 12면 참조)를 보고 용기를 냈다는 그는 “일자리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외국인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지분율 25% 이상)은 매일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주식형펀드가 아니었어요. 경영권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나 전략적 투자자(FI)였죠. 이런 거래는 최소 3개월은 시간을 갖고 준비합니다. 세금 관련 서류도 철저히 구비할 수 있죠.”

A씨에 따르면 외국인 양도세 과세 대상이 ‘지분율 5% 이상’으로 바뀌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과세 대상이 시장에서 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주식형펀드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가 일하는 증권사는 하루에 2만 건 넘는 주식매매 거래를 처리한다고 한다. 증권사에 원천징수 의무를 부여한 세법 개정안을 따르려면 2만 건의 거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고객을 믿고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수탁은행을 맡았던 씨티은행은 ‘우리는 벨기에 법인’이라는 고객(론스타) 말만 믿고 외환은행 배당소득에 대해 15%만 원천징수했다가 나중에 국세청으로부터 1000억원의 세금을 징수당한 적이 있어요. 조사 권한도 없는데 재무 리스크(위험)에 노출되는 셈이죠.”

A씨는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8월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기획재정부에 수차례 전달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이해를 못했거나, 알지만 윗선에 얘기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겠죠.” A씨의 마지막 말이다.

유창재 증권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