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포항 도심… 관광객 500명 북적이던 크루즈선 10여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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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강진… 계속되는 여진
진앙지 흥해읍 일대 주민들 불안 호소… 관광객도 실종
여진에 떨고, 추위에 떨고…
"벽에 금 가거나 기둥 뒤틀려 집에 들어가기 두렵고 겁난다"
죽도시장 횟집 "과메기 시즌인데 손님 끊긴 경주처럼 될까 걱정"
체육관·교회 등 1500여명 대피…시설파손 1300여건·피해액 69억
진앙지 흥해읍 일대 주민들 불안 호소… 관광객도 실종
여진에 떨고, 추위에 떨고…
"벽에 금 가거나 기둥 뒤틀려 집에 들어가기 두렵고 겁난다"
죽도시장 횟집 "과메기 시즌인데 손님 끊긴 경주처럼 될까 걱정"
체육관·교회 등 1500여명 대피…시설파손 1300여건·피해액 69억
“여진이 쉴 새 없이 계속되는 데다 날씨가 추워 뜬눈으로 밤을 꼬박 지새웠어요. 그래도 집에 가기는 너무 무서워요.”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강한 규모 5.4 강진의 진앙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 주민들은 16일 오후에도 여진이 끊이지 않자 극도의 불안감 속에 인근 대피소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여진 공포와 추위에 떨면서 대피생활이 장기화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민들 “불안 증상 오래갈 것 같다”
흥해읍 용천 1리 최영태 이장(54)은 “붕괴 위기에 몰린 대성아파트가 집인데 지진 직후에 집에 가보니 현관문은 열기도 힘들 정도로 뒤틀려 있었고 가재도구는 깨지고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포항시는 체육관·학교강당·교회 등 모두 13곳에 1500여 명의 시민이 대피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 귀가한 사람은 100여 명이다.
대피 주민 상당수는 강진으로 금이 가거나 붕괴 위기에 처한 건물 입주민들이다. 장량동 크리스탈 원룸은 건물을 지탱하는 1층 기둥이 지진으로 완전히 뒤틀려 12가구 주민 모두가 대피한 상태다. 원룸 1층 주차장 기둥이 금 간 곳은 인근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흥해읍의 5층짜리 대성아파트는 건물 자체가 뒤쪽으로 기울어졌다.
진앙인 망천리에는 어른 어깨높이의 담벼락이 무너져내린 곳도 많았다. 이문형 포항시약사회 회장은 “지진을 경험한 주민 불안 증상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포항시는 주택 파손과 기울어짐 등이 심각해 장기 대피가 필요한 시민이 2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기준 지진 피해액은 69억여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아직 미집계된 항만과 정수장, 학교시설 피해를 포함하면 지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바닥도 지진 여파로 4~6㎝ 단차가 생겨 하역작업이 중단됐다.
◆“과메기 관광철 이제 시작인데…”
대피소뿐만이 아니다. 포항 도심은 마치 포탄을 맞은 듯 흉흉한 분위기였다. 지진 공포를 겪은 포항 시민들은 “더 큰 지진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도 완전히 끊겼다.
동빈대교에서 형산강을 남북방향으로 연결한 총길이 1.3㎞ 포항 운하를 오가는 관광 크루즈선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매표소 관계자는 “하루 평균 500여 명 이상 몰리는데 오늘은 10명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최대 전통시장인 인근 죽도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소 같으면 빈자리가 없을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횟집을 하는 김삼순 씨(75)는 “하루종일 기다려도 손님을 보기 힘들다”며 “이러다 지난해 지진으로 몇 달간 관광객이 뚝 끊겼던 경주처럼 되지 않을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연간 1000억원대 시장인 겨울철 과메기 시즌을 앞두고 포항의 관광, 먹거리 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다.
◆살아나던 지역 경제에 ‘찬물’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포항지역 실물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제조업의 경우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조강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2.3% 늘었고, 포항철강공단 전체 생산액 역시 1조201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2%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지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주영 포항철강공단 이사장은 “포항 철강경기가 오랜 기간 침체를 딛고 올 들어 모처럼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었는데 지진으로 지역 경제에 다시 위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다행히 산업시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만큼 민·관·산업계가 똘똘 뭉쳐 평상심을 되찾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오경묵 기자 hais@hankyung.com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강한 규모 5.4 강진의 진앙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 주민들은 16일 오후에도 여진이 끊이지 않자 극도의 불안감 속에 인근 대피소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여진 공포와 추위에 떨면서 대피생활이 장기화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민들 “불안 증상 오래갈 것 같다”
흥해읍 용천 1리 최영태 이장(54)은 “붕괴 위기에 몰린 대성아파트가 집인데 지진 직후에 집에 가보니 현관문은 열기도 힘들 정도로 뒤틀려 있었고 가재도구는 깨지고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포항시는 체육관·학교강당·교회 등 모두 13곳에 1500여 명의 시민이 대피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 귀가한 사람은 100여 명이다.
대피 주민 상당수는 강진으로 금이 가거나 붕괴 위기에 처한 건물 입주민들이다. 장량동 크리스탈 원룸은 건물을 지탱하는 1층 기둥이 지진으로 완전히 뒤틀려 12가구 주민 모두가 대피한 상태다. 원룸 1층 주차장 기둥이 금 간 곳은 인근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흥해읍의 5층짜리 대성아파트는 건물 자체가 뒤쪽으로 기울어졌다.
진앙인 망천리에는 어른 어깨높이의 담벼락이 무너져내린 곳도 많았다. 이문형 포항시약사회 회장은 “지진을 경험한 주민 불안 증상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포항시는 주택 파손과 기울어짐 등이 심각해 장기 대피가 필요한 시민이 2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기준 지진 피해액은 69억여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아직 미집계된 항만과 정수장, 학교시설 피해를 포함하면 지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바닥도 지진 여파로 4~6㎝ 단차가 생겨 하역작업이 중단됐다.
◆“과메기 관광철 이제 시작인데…”
대피소뿐만이 아니다. 포항 도심은 마치 포탄을 맞은 듯 흉흉한 분위기였다. 지진 공포를 겪은 포항 시민들은 “더 큰 지진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도 완전히 끊겼다.
동빈대교에서 형산강을 남북방향으로 연결한 총길이 1.3㎞ 포항 운하를 오가는 관광 크루즈선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매표소 관계자는 “하루 평균 500여 명 이상 몰리는데 오늘은 10명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최대 전통시장인 인근 죽도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평소 같으면 빈자리가 없을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횟집을 하는 김삼순 씨(75)는 “하루종일 기다려도 손님을 보기 힘들다”며 “이러다 지난해 지진으로 몇 달간 관광객이 뚝 끊겼던 경주처럼 되지 않을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연간 1000억원대 시장인 겨울철 과메기 시즌을 앞두고 포항의 관광, 먹거리 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다.
◆살아나던 지역 경제에 ‘찬물’
한국은행 포항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포항지역 실물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제조업의 경우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조강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2.3% 늘었고, 포항철강공단 전체 생산액 역시 1조201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2%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지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주영 포항철강공단 이사장은 “포항 철강경기가 오랜 기간 침체를 딛고 올 들어 모처럼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었는데 지진으로 지역 경제에 다시 위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다행히 산업시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만큼 민·관·산업계가 똘똘 뭉쳐 평상심을 되찾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오경묵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