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와 일부 남성의 ‘변심’은 늘어난 바 숫자에서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20가지 이상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파는 바가 전국적으로 250여 개, 서울에만 20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이런 바는 10개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서울 청담동과 한남동에 수십 곳이 몰려있다. ‘볼트’ ‘르 챔버’ ‘루팡’ ‘앨리스’ ‘찰스 H’ 등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곳이 됐다.
특이한 입구로 소문이 난 바도 있다. 서울 청담동 앨리스는 작은 꽃집을 지나가야 들어갈 수 있다. 초창기엔 꽃집을 보고 당황해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르 챔버 출입구는 문이 아니라 책장으로 돼 있어 특정 책을 빼야만 자동문이 열린다.
디아지오의 브랜드 앰배서더 출신인 장동은 바텐더가 운영하는 화이트바는 스위스 금고를 본뜬 인테리어로 개인 술을 보관하는 금고가 따로 있다. 국내 최초로 화이트스피릿바를 내세운 이곳은 100여 종의 진을 판다. 국내에서 정식 유통되는 진은 40여 가지지만 영국에서 직접 술을 들여온다. 앨리스바를 운영하는 김용주 바텐더가 연 겟올라잇은 1940년대 뉴올리언스 재즈클럽을 콘셉트로 재즈와 탭댄스 등 다양한 공연 및 바텐딩을 볼 수 있다. 성중용 월드클래스바 아카데미 원장은 “몰트바, 스피키지바 등 비슷한 콘셉트이던 바들이 각자의 개성을 내세우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들 바의 특징을 크래프트맨십(장인정신)을 갖춘 바텐더들이 ‘높은 품질의 술’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곳으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바에서 100여 종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포함해 300여 종을 판다. 한남동의 더부즈와 커피바K 등 싱글몰트만 300~400여 종에 달하는 곳도 있다. 본인들만의 레시피로 개발한 시그니처 칵테일도 수십~수백 가지다.
바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도 커졌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인 IWSR에 따르면 한국에서 판매된 싱글몰트 위스키는 2012년 5만5000상자(한 상자는 9L)에서 2016년에는 7만3000상자로 늘었다. 전체 위스키 시장은 9년째 쪼그라들고 있지만 싱글몰트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