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정 농단 사건의 본질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차 대국민 담화는 국민적 분노만 더했다. 지난 토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터져나온 민심의 물결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은 이번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건을 단지 최순실 사건으로 치부하나, 이 어찌 최순실 개인에게만 떠넘길 사건인가. 그렇게 왜곡할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은 오로지 박 대통령의 이번 사태에 대한 시각과 국정운영 역량 전반에 관한 총체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분명히 ‘박근혜 사건’으로 확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의 시각과는 동떨어지다 보니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명분만 그럴듯하게 내세우면 기업 약점 틀어쥐고 팔 비틀어 돈 뜯어내도 된다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자유시장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다. 더구나 그 과정에 청와대 최측근 참모와 정부 고위관료 등이 동원됐다고 하니 정권 차원의 엄청난 범죄행위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선의로 포장하기와 일정한 선긋기로 회피하려 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미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박 대통령 집권 내내 최씨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고 대통령 참모들을 만나면서 국가정책 결정과 인사, 이권 등에 관여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 공적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린 이런 국정농단 사태는 박 대통령의 깊고도 질긴 연관이 없고서는 결코 존재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과 그 주변은 어물쩍 감추고 넘기려고만 하고 있다. 답답한 일이다. 마치 타조가 자신의 머리만 땅속에 처박으면 어리석게도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은 ‘최순실 사건’이 아니라 ‘박근혜 사건’이라고 본다. 그저 잔가지나 잔뿌리가 아니라, 본 줄기나 뿌리까지 그 실체적 진실을 완전히 밝혀내야 한다. 진실을 맞닥뜨리는 데 결코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는 검은 장막을 한번에 걷어내려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이상민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smlee@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