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로 기네스북에 오른 곡, 영화에 가장 많이 사용된 노래(300편 이상), 미국 작곡가·작사가·음반제작자협회가 선정한 20세기 최고 히트곡. 생일 축하곡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는 날마다 전 세계에서 울려 퍼지는 애창곡이다. 지금까지 저작권 수입만 5000만달러(약 601억원)로 역대 최고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곡을 누구나 저작권료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저작권 소유자인 워너뮤직 자회사 워너·채펠이 합의금 1400만달러(약 168억원)를 주고 3년간의 소송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소송을 낸 미국 영화감독 제니퍼 넬슨 등이 노래의 연원을 추적한 결과 가사(歌詞)를 쓴 사람이 ‘미상’이라는 게 밝혀졌다.

이 곡의 멜로디는 1893년 교사인 밀드레드 힐과 패티 스미스 힐 자매가 작곡한 ‘굿모닝 투 올’이다. 이때 붙인 가사 ‘Good morning to you, Good morning to you, Good morning, dear children, Good morning to all(아침 인사해요, 아침 인사해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아침 인사해요)’이 훗날 ‘Happy birthday to you(생일 축하합니다)’로 바뀌고 ‘children’ 대신 이름이 들어갔다.

법원은 ‘이 노래의 대중적 인기에는 가사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작곡자가 저작권을 다 갖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중에 의해 창조된 가사는 모든 사람의 것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독일 작곡가 요한 파헬벨의 ‘캐논변주곡’처럼 이제 생일 축하 노래도 저작권 없는 ‘퍼블릭 도메인’이 된 것이다. 저작권 존속 기간은 저작자 사후 70년이다. 공동 저작물은 맨 마지막으로 사망한 저작자, 사망 시점을 알 수 없을 때는 해당 콘텐츠 공표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고 저작권 수익을 올린 캐럴은 어빙 벌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다. 그가 1989년에 사망했으니까 2059년까지는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이 곡으로 지금까지 거둔 수입만 3600만달러(약 433억원)다. 그러니 “엄청난 돈을 벌고 싶다면 한 곡의 히트 송을 써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물론 특정 계절에만 불리는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세계 어디서나 매일 불리는 생일노래가 더 큰 돈을 안겨준다. 저작권이 3대까지 이어지니까 이보다 더 좋은 가업도 없는 듯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