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은 지난해 11월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떠나 여의도동 전경련회관(FKI타워)으로 이전했다. 한화빌딩을 리모델링하는 사이 FKI타워 9개 층을 5년간 사용하기로 했다. 한화건설이 입주하면서 이 빌딩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45%에서 연말 30% 아래로 크게 낮아졌다.

서울 여의도를 비롯한 주요 업무지역 오피스 빌딩이 잇따라 주인을 찾으면서 공실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신규로 공급되는 오피스 빌딩이 18년 만에 최저(약 13만㎡) 수준에 머물러 공실률이 더 내려갈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피스 공급 18년 만에 최저…공실률 하락
◆오피스 공실률 하락 반전

18일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8%로 조사됐다. 이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1분기 대비로는 0.3%포인트 낮다.

전문가들은 오피스 공실률이 지난해 1분기 정점을 찍은 것으로 판단한다. 2011년 2분기 4.4%이던 공실률은 2014년 1분기(8.3%)까지 11분기 동안 줄곧 오름세를 보였다. 두세 분기 연속해서 공실률이 낮아진 건 이 업체가 2010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가 처음이다.

대규모 공실이 있던 빌딩들은 최근 잇따라 대형 임차인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여의도63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한화건설과 도레이첨단소재 등은 전경련회관에 입주했다.

이송미 한화63시티 투자자문팀 연구원은 “조만간 한국IBM이 여의도 ‘쓰리(three) IFC’에 입주할 예정이어서 여의도권역 공실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남권역에서도 대형 임차인의 입주가 잇따랐다. 지난해 4분기 역삼동 SI타워와 일송빌딩에 교보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각각 둥지를 튼 것이 대표적이다.

◆렌트프리 사라질 듯

올해 공실률은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상고하저’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연간 오피스 공급 규모 자체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1분기 말에 준공이 몰려 있어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는 올해 신규로 입주하는 오피스 면적이 1997년(11만6800㎡) 이후 18년 만에 가장 적은 13만600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 내 연면적 3만㎡ 이상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기준이다. 이는 지난해(29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3년(56만4000㎡)과 비교하면 약 76% 줄어드는 수치다.

이 회사 홍지은 상무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매해 30만~50만㎡ 규모가 신규로 공급됐지만 올해는 10만㎡대로 대폭 줄어든다”며 “그동안 오피스 빌딩 시장을 주도한 도시환경정비사업 물량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은 대부분 1분기 준공 예정이어서 앞으로 공실률이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3월께 트윈시티(동자8구역), 타워8(청진8구역), 올레플렉스(청진2,3구역) 등 3개 빌딩이 준공될 예정이다.

‘렌트프리’는 차츰 사라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는 임차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3~5개월 정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당근책이다. 홍 상무는 “오피스 공급이 많이 줄어드는 만큼 기존 임차인 우위 시장이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근/김동현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