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주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법인세를 성장 지향적 구조로 개혁해 나갈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논란이 많던 법인세 인하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발표할 아베노믹스 성장전략 제2탄의 핵심은 법인세 인하로 사실상 결정됐다.

법인세를 내리기로 한 것은 아베노믹스가 주춤하는 모습이 올 들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56%나 올랐던 주가는 올 들어 12% 이상이나 떨어졌다.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예상만큼 늘지 않고 오히려 수입가격 상승으로 무역적자 폭은 확대일로다. 여기에 일본의 법인세율은 35%로 OECD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

기업 부담을 줄여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으로선 법인세 인하가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일본은 4월1일부터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한 바 있다. 사회보장 비용 충당과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런데 불과 두 달여 만에 법인세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은 기업에 대한 믿음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4월부터 소비세가 올랐지만 많은 기업들이 종전 가격을 유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는 세금만큼, 혹은 그 이상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다.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일본 정부가 법인세 인하로 화답한 셈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연간 2%씩 낮춰 3년 안에 20%대까지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법인세 인하는 투자확대와 소득증대로 이어져 많은 경우 세수도 늘린다.

일본 경제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기계장비와 소비재 주문이 늘고 소비자물가도 오르는 등 긍정적 신호도 적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분명한 점은 정부와 기업이 경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신뢰야말로 아베노믹스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도 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