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정석빈 사원 "골라잡아 5000원…난 뭐든지 팔 수 있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 '열정락서' 강사 된 2년차 신입사원
'노점상' 경험 스펙으로 삼성 입사
"나만의 일관된 스타일이 승부수"
'노점상' 경험 스펙으로 삼성 입사
"나만의 일관된 스타일이 승부수"
지난 25일 삼성그룹이 주최하는 ’열정락서’ 시즌3 다섯 번째 강연이 열린 광주 전남대 대강당에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삼성 사내 공모에서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직원 강사, 정석빈 삼성디스플레이 사원(29)이었다.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입사 2년 차인 그는 1200명의 대학생들 앞에서 평범한 학점(3.06)에 토익 점수도 없었지만,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며 얻은 자신감만으로 삼성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사연을 공개했다.
몇 년 전 대학생이었던 정씨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군 제대 후 복학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친한 형을 따라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티셔츠 노점상을 시작했다.
처음엔 헝클어진 티셔츠만 정리했다. 장사가 안됐다. 어느 날 용기를 냈다. “골라잡아 5000원”을 힘껏 외쳤다. 하루 매출이 순식간에 8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는 “‘나한테 어떤 장소에서 어떤 물건이든 던져봐라. 다 팔아줄 테니’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골라잡아 5000원”을 외치자 주변 음식점에서 시끄럽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정씨는 음식점 상인들을 위해 “티셔츠 사신 후에는 이모네 집으로 가세요”라고 홍보를 곁들였고 애교 있는 대응에 주변 상인들은 곧 그의 편이 됐다.
건달들이 나타나 자릿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생인데 딱 등록금만 벌고 가겠다”며 30만원이던 자릿세를 10만원으로 깎았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지만 정작 졸업할 때가 되니 막막했다.
그 흔한 토익 점수조차 없던 정씨는 서류전형 통과가 힘들었다. 닥치는 대로 67개 기업에 지원했지만 통과한 곳은 단 한 곳, 삼성디스플레이였다.
면접장에서 정씨는 자신의 필살기를 썼다.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골라잡아 5000원”을 외치며 “전 뭐든지 다 팔 수 있다”고 면접위원들을 설득했고 입사에 성공했다.
2년 전 자신처럼 취업에 힘들어 하는 대학생들에게 정씨는 “싸이의 성공 비법은 일관된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했기 때문”이라며 “나 역시 나만의 스타일로 살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마무리지었다. 대학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