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납부 늦춰달라"…거래·입주 지연 '도미노'
“세금이 770만원이나 줄어드는데 누가 잔금을 내겠습니까? 취득세 감면 적용 시점이 늦어질수록 거래 공백만 커질 겁니다.”

서울 개포동 C공인 관계자는 11일 “어렵게 성사시킨 계약이 취득세 인하 때문에 깨지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지난달 개포 1단지 아파트(전용 44㎡)를 7억원에 사기로 계약서를 쓴 매수자가 3억5000만원의 잔금을 “취득세 감면제도 시행 이후에 내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권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매도자는 이달 내에 소유권을 넘겨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취득세 50% 감면과 미분양주택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를 핵심으로 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적용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잔금 납부를 미루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올가을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양도세 면제에 관심을 가진 실수요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로 발길을 돌릴 경우 계약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잔금 납부와 입주는 내달 이후로

주택시장에서는 당장 매매 거래 가격의 50% 수준인 잔금 지급을 취득세 인하 이후로 미루려는 매수자가 늘었다. 40~50일이 걸리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절차 중 잔금을 늦춰 취득세를 50% 줄이기 위해서다. 이날 계약을 체결한 서울 잠실동 T아파트(전용 85㎡) 매수자는 “잔금은 국회에서 취득세 인하안이 통과된 다음날 받는다”는 각서를 매도자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잔금 납부가 늦어지면서 다른 주택을 매입한 매수자들이 기존 주택에 눌러앉으면서 일정 기간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중개업계는 예측했다. 최근 경남 양산시 D아파트(전용 76㎡)를 1억원에 매도한 A씨는 매수자가 13일로 예정된 잔금 지급을 연기하겠다고 해 곤란에 빠졌다. 잔금 8820만원을 받아 부산 대연동 S아파트 잔금을 치르고 이사할 계획이었지만 취득세 감면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거래를 중개한 이우기 대동공인 대표는 “집을 판 매도자가 또 다른 집의 매수자로 얽혀 있는 사례가 많아 취득세 인하 시점까지 거래와 입주 자체가 연쇄적으로 미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에서도 잔금 납부 연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 말 입주가 시작되는 부천 소사역 푸르지오와 부산 다대 푸르지오 계약자들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분양대금 완납 확인서상의 잔금 납부일을 취득세 감면 시점 이후로 기재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는 일부 계약자를 중심으로 잔금 납부 거부 운동까지 펼쳐지고 있다.

◆분양 앞둔 건설사들도 고심

9~10월에 분양을 계획한 건설사들도 일정 조율을 고심하는 등 비상등이 켜졌다. 내달 초 울산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업체는 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제 효과로 청약률이 저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향후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미분양 단지들에만 마음이 쏠릴 경우 아무래도 청약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여야 간 이견으로 관련법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적용 시점이 10월 중순을 넘긴다면 가을철 이사 및 분양성수기 주택시장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보형/정소람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