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친구 아들의 결혼 주례를 섰다. 처음으로 서보는 주례였다. 그간 한 번도 서지 않은 것은 주례를 설 만큼 결혼 당사자들의 모범이 되게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과 그 엄숙함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이었다.그런데 친구가 간곡히 부탁을 하고 집사람도 뭐 그리 생각할 것 있느냐고 해서 쑥스럽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식 주례를 서는 좋은 경험을 했다. 내 결혼 생활도 반성해보고 새로운 각오도 생겼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작년 11월에 부임해서 미혼남녀를 파악해본 적이 있었다. 위원회 직원 중에 미혼이 총 67명이고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았다. 35세 전후를 비교해보면 남자는 35세 미만이 많고, 여자는 35세 이상이 더 많았다. 이른바 ‘골드 미스’가 더 많은 셈이었다. 결혼은 늘 화제이고 문제이고 또 그 무엇이다. 오죽했으면 웬만한 철학자들조차 결혼에 관해 한 말씀씩 했을까.

나는 직원들에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만큼 유명한 명언인 ‘결혼하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마라. 후회할 것이다. 차라리 결혼하고 후회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독신 철학이 있지 않다면 가능한 빨리 결혼하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일생을 함께하고 자신을 닮은 자식을 키우는 즐거움을 다른 무엇에 비하기 어렵다는 직간접적인 경험이 그 근거다.

그런데 최근 명언에 관한 그 원전을 찾았다. 원문은 독일어로 ‘결혼하라. 후회하게 될 것이다. 결혼하지 마라. 그래도 후회하게 될 것이다’이고,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덴마크 철학가 키르케고르였다. 나는 로마 철학자가 말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고, 끝부분에 ‘결혼하고 후회하라’고 덧붙여 말한 것이었다.

나는 이 명언에 100% 이상 동의한다. 나는 직원들에게 “부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결혼할 때 주례가 없으면 주례도 서주고 축의금도 두둑이 줄 것”이라고 공약 아닌 공약을 얘기하곤 했는데 드디어 사내 연애로 결혼에 골인하게 된 직원이 내게 10월 주례를 부탁해 왔다. 기쁜 마음으로 주례를 서기로 했는데 글쎄 두둑한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되나 고민이다. 또 가을에 직원 3명이 더 결혼한다고 하니 내 작전이 주효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 흐뭇해진다. 사실 결혼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이다. 출산율이 1.17명으로 프랑스, 영국보다 아니 세계에서 제일 낮은 수준이다.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고 캠페인 한 지가 언제인데 주례사에서 애국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많이 낳자고 했더니 다들 웃었다. 경험에 비춰 볼 때 요즘 애를 키운다는 것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애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쏟아내도 국민들이 꿈쩍도 안하는 것을 보면 문제는 문제다. 앞으로 애 하나 낳으면 훈장 3등급, 둘 낳으면 2등급, 셋 낳으면 1등급이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나라를 사랑한다는 의미의 애국장으로.

박재영 < 국민권익위 사무처장 겸 부위원장 pjy5454@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