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관 모두 “단기부동자금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보도자료를 통해 매달 배포하던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이유를 들어보니 더욱 납득하기 힘들었다.
사연은 이랬다. 원래 단기부동자금 통계는 한은에서 매달 발표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감원에서도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언론이 양측에서 발표하는 단기부동자금 규모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로 인해 금감원과 한은은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추측하건대 “제대로 좀 하라”는 질책을 받은 것 같다.
문제는 금감원과 한은의 대응이었다. 건전한 상식과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기관이라면 실무자들이 모여서 왜 그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개선방안은 무엇인지를 협의해서 제대로 된 통계를 시장 참가자들에게 제공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게 맞다.
하지만 한은과 금감원은 ‘보다 확실하면서도 손쉬운’ 해법을 택했다. 통계 자체를 아예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통계를 제공하지 않으면 청와대로부터 질책을 받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은과 금감원의 자료 제공 거부로 단기부동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자금시장과 거시경제의 흐름을 판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금감원과 한은은 종종 자신들은 공무원과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고 얘기한다. 관치금융의 폐단을 막고,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아닌 자신들이 그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다. 하지만 단기부동자금 통계에 대한 두 기관의 처신을 보면 ‘보신주의’면에서는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공무원을 능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동윤 증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