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굳히는 양생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외부온도에 상관없이 하루 이내에 굳힐 수 있어서 연간 2조~3조원의 공사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의 러시아와 북유럽 등 혹한기 해외 건설시장 진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고태훈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팀은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발열시스템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의 양생시간을 최대 6배까지 줄이는 친환경 콘크리트 급속시공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 기술은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데우는 원리를 적용한 특수 거푸집을 활용, 콘크리트 양생의 최적 온도인 섭씨 35~55도로 유지시켜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빠른 양생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는 평균 기온이 4도 이하로 내려가면 거푸집을 감싸거나, 벽체 내부에서 불을 지피는 등의 방법으로 보온양생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겨울에는 4~5일이 걸리고, 보온을 위해 보일러와 열풍기를 돌리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봄·가을에도 최소 3일 이상의 양생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신기술은 하루(약 20시간) 만에 완료할 수 있다.

철도와 도로 등 연간 103조원으로 추산되는 사회간접자본(SOC)분야는 물론 아파트 등 건축분야에 콘크리트 촉진양생 기술을 적용할 경우 공기를 20~40% 단축, 연간 2조~3조원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이미 국내 특허출원 7건과 해외 특허출원 1건도 확보한 상태다. 고 박사는 “각종 실험에서 신기술의 열효율이 보온양생보다 4배 이상, 강도는 일반양생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용화를 위해 국내 전문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기술의 활용가치가 높다는 데 공통된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콘크리트학회장인 심종성 한양대 교수는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아파트 분양가 인하, 교통혼잡비용 절감 등 사회경제적 편익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이번 신기술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건설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순만 원장은 “기온이 낮고 교량과 터널 비중이 많은 건설현장에서 매우 반기는 기술이 될 것”이라며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발열거푸집 최적화와 촉진양생 콘크리트 내구성 평가 등 신기술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