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최모씨(43)는 집이 팔리지 않아 4년째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는 이달 초 인터넷 부동산 매매 카페에서 ‘장사 잘되는 가게의 가위를 훔쳐 집안 신발장에 거꾸로 걸어두면 집이 팔린다’는 글을 확인했다. 미심쩍었지만 급한 마음에 실행에 옮겼는데, 1주일 만에 매매가 이뤄졌다.

최씨는 “동네 인기 있는 삼겹살집에서 식사 뒤 가위를 가져와 신발장 안에 걸어뒀다”며 “1주일 만에 거짓말처럼 팔려 주변에도 이 방법을 적극 추천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몇 년씩 팔리지 않는 집들이 급증하면서 주택 거래에 도움이 된다는 각종 미신이 유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위 거꾸로 걸기’다. 최근 이사한 집이나 장사가 잘되는 점포의 가위를 몰래 가져와 현관이나 신발장에 거꾸로 걸어두면 집이 팔리거나 세입자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효험을 봤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빗자루를 현관이나 보일러 뒤에 거꾸로 세워두면 매매나 임대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

집안에 특정한 글씨를 걸어두는 경우도 있다. 날출(出)자를 종이에 써 방문마다 붙이거나, 빨간 글씨로 임금왕(王)자를 써 방 네 귀퉁이에 붙여놓는다는 식이다. 100가지 성씨를 종이에 적어 문에 붙여놓으면 그 성씨를 가진 사람 중 누군가 와서 집을 사간다는 얘기도 있다. 이외에 △음력으로 1, 11, 21, 31일에 집 내놓기 △소금 한주먹을 둘로 나눠 담아 주방과 현관에 두기 △화장실에 칼 두기 △10원짜리 5개를 현관에 붙여두기 등도 흔히 떠도는 미신들이다.

비싼 돈을 들여 매매 부적을 구입하거나 굿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3년 전 인천에서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6년째 집을 못 팔았던 이웃이 20만원짜리 매매 부적을 받고 매각하는 걸 보고 최근 점집에 다녀왔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 집만 팔린다면 몇 십만원이 아깝겠느냐”고 말했다. 최근에는 5만원 상당의 저렴한 매매 부적을 판매하는 웹 사이트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부동산써브 관계자는 “미신에 돈을 쓰기보다는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등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