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외환위기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는 점, 경기가 나빠졌다는 점만 보면 그러하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달리 이번 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였다. 외환위기는 한국의 외환이 부족하다는 구체적인 원인이 또렷했다. 반면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위기이고 금융 전반에 걸친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파생상품 등에 감춰진 리스크가 노출됐다.

투자자들에게 미친 영향도 큰 차이가 난다. 외환위기는 기업이 먼저 쓰러졌고 이로 인해 가계에 영향을 줬다.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현금을 쥐고 있던 자산가들에게는 저가매입의 기회를 줬지만 서민층은 몰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계가 먼저 영향을 받고 소비 부진 등으로 기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자산가들은 위기에 노출되는 정도로 끝났지만 서민층 대신 중산층이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금융위기 이후 급변한 것은 투자환경뿐만이 아니다. 인구구조의 변화, 즉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작과 저출산 기조로 인한 고령화사회 진입이 투자자들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예금, 저축만으로 은퇴 후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투자 스트레스 피하기 어렵다

과거 금융투자의 대세는 예금과 저축이었다. 모두에게 평등한 금리가 제공됐고 투자 스트레스는 제로에 가까웠다. 원금을 손해볼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할머니든 대학생이든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투자방식이었다.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예금·저축의 시대에서 투자·펀드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투자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누구나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노력한 사람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원금 손실이 가능해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며, 이를 수시로 조정해야 한다.

재테크의 기본은 ‘잘 투자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재테크의 진짜 기본은 ‘습관’이라 할 수 있다. 가급적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며, 투자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공부하고 실행하는 것이 결국 잘 투자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회사의 상품을 고르는 것만이 재테크가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마실지 안 마실지, 어디에서 마실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재테크의 일환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항상 수익률을 생각하라

재테크를 습관화할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권하는 5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돈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주머니에 든 1만원은 소비할 수도 있지만 투자도 할 수 있는 돈이다. 돈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허투루 보면 안 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말이 틀린 것 없다. 목돈은 잔돈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는 항상 퍼센트(%)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100억원을 버는 사람에게는 1억원이 1%지만 100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1만원도 1%다. 과거 금리가 연 10%에 달하던 시절에는 1%포인트 수익률 차이는 10분의 1, 곧 10% 차이에 그쳤다. 하지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인 요즘같은 때 1% 포인트 수익률 차이는 25%나 된다. 그만큼 투자수익률 1%포인트 높이기가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눈에 안 보이는 지출을 막으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세금이다. 또 각종 투자상품의 수수료, 보험상품의 사업비, 이런 것들을 빼놓고 투자수익률을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예금이자에는 통상 연 15.4% 이자를 물리지만 비과세상품에 가입하면 이자수익에 대한 세율이 1.4%밖에 되지 않는다. 펀드상품의 수수료는 비슷한 상품임에도 어떤 것은 연 운용자산의 0.5%, 어떤 상품은 연 2~3%에 달한다. 투자 결과가 비슷하더라도 투자자가 손에 쥐는 돈엔 큰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세금과 관련해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버리고 전문가의 조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부동산을 취득·양도할 때, 상가 부동산을 세를 줄 때, 증여를 받거나 줘야 할 때, 이혼할 때, 가족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할 때, 사업자 등록을 할 때와 폐업할 때는 꼭 전문가를 찾아 상의해야 생각하지 못한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라는 것이다. 부채를 가지고 자금을 조달해서 투자해 수익을 먹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노리라는 말이다. 3억원에 주택을 사서 연 2400만원 월세를 받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A는 3억원을 자기 돈으로 투자하고, B는 1억원은 자기 돈으로 내고 2억원은 연리 7%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다고 하자. A는 3억원으로 연 2400만원을 번다(연 8% 수익률). B는 1억원으로 은행이자 1400만원을 내고 남은 1000만원을 해마다 번다(연 10% 수익률). B의 수익률이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자녀에게 종잣돈을 제대로 마련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종잣돈은 목표액의 30%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억원 목표라면 3000만원까지는 안정적으로 저축한 다음 본격적으로 ‘수익률 게임’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 3요소 고려하라

투자의 3요소는 수익성(수익률), 유동성(현금성), 안정성(투자위험)이다. 3가지 요소가 모두 우수한 투자상품을 찾기는 어렵다. 특히 안정성과 수익성은 한 쪽이 높으면 한 쪽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마련인 상호보완적 관계다. 투자자산에는 주식 부동산 채권 예금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고금리 시절에는 예금에,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전환기에는 채권에, 반대로 저금리에는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이 대체로 적합하다.

주식투자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가 많지만 직접투자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공부하지 않고 주식투자하는 것은 포커할 때 자기 카드를 확인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간접투자인 펀드투자, 특히 적립식 투자가 더 추천되는 이유는 전문가의 노하우를 가져온다는 것 외에도 매입비용을 평균화해서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한번도 폭락하지 않고 지속적인 상승장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현실장에서 적립식 투자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좋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투자상품의 대표격인 보험에 관해서는 종류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노후 보장이 목표라면 연금보험을, 가족의 안정적인 수입이 목표라면 종신보험을, 자산증식이 목표라면 변액보험을 드는 것이 걸맞다.

◆가족 모두 행동에 동참해야

우리들은 모두 ‘우리가족회사’의 경영진이다. 무엇보다 먼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수입과 지출은 어떤지, 평생 필요한 돈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 확실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또 행동에 나설 때는 가족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생애재무설계는 태도 변화도 요구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가난은 세상 탓이라는 피해의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 벌기가 어렵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한 뒤 기다리라”고 했다.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장 alex.park@woori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