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축물에도 전용·일반주거지역과 마찬가지로 일조권 규제를 적용, 높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침을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건축법 관련 조항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으로, 일조권 규제를 받으면 건물 높이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건축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준주거지역 공동주택에도 일조권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법제처의 법령 해석 결과를 지난달 23일 지자체에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제처의 건축법령 해석은 부산시 거제동 부산지방검찰청사 인근에 추진 중인 주상복합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에서 불거졌다. 최고 지상 38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에 대해 부산지방검찰청이 작년 8월 “일조권이 침해된다”며 지자체인 연제구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부산지검과 사업 시행사는 국토부에 판단을 요청했고 국토부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 지난해 11월 “준주거지역에서 공동주택을 건축하는 경우에도 건축법 제61조1항 ‘정북방향 일조권’을 적용 받아야 한다”는 해석을 얻었다.

정북방향 일조권을 적용하면 높이 8m 이상 건물은 높이의 2분의 1 이상 떨어진 곳에 건물을 지어야 한다. 높이 100m 건물이라면 50m 거리를 두고 지어야 한다. 그동안 준주거지에서는 높이 100m 건물을 지을 때 25m만 떨어지면 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건물 높이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준비 중인 A건설사 임원은 “건물 높이가 기존보다 50% 낮아지게 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현재 기존 규정대로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법제처 해석 결과가 전달되기 이전에 인·허가를 받은 건축물은 일조권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조권 침해에 따른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경우 소급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법제처는 작년 법령 해석을 통해 “준주거지역에 공동주택 건립 시 정북방향 높이 제한을 적용받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입법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 법령 개정 필요성까지 제시한 상태다.

정태화 국토부 건축기획과장은 “원칙적으로 법령 해석이 나오기 이전에 공사를 시작한 현장은 일조권 규제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준주거지역 건축물의 일조권 적용을 일정기간 유보하거나 준주거지역을 일조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련 조항이 수정되기 이전까지 준주거지역 일조권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