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연평도 피격 땐 가슴 쓰려…장병 사기진작 위해 할 일 많다"
“1970년대 중반 근무했던 연평부대 막사를 다시 찾았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무 침상과 ‘퀀셋(quonset)’ 막사가 그대로 있더군요. 이런 여건에서 외로움을 이겨가며 망망대해를 지키는 후임 장병들을 마주하니 가슴이 짠했습니다.”

해병대 출신(간부후보생 57기)으로 연평부대에서 1년간 복무한 연고로 이 부대와 결연을 맺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61)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사 1병영 운동은 군과 민간 협력의 새로운 차원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위문편지 문화마저 사라지고 국방에 대해 국민이 둔감해져 걱정이 크다”며 “한경의 1사 1병영 운동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연평부대 지원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들어

권 사장의 해병대 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정평나 있다. 2010년 11월 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당한 날, 그는 소식을 듣자마자 당일 오전 임원회의를 취소하고 임원들과 함께 전사한 장병 두 명이 안치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다. 권 사장은 “마치 부하직원의 일처럼 마음이 아프고 내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냥 개인적으로 두 장병 유족에게 500만원씩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직원들도 뜻을 같이해 3600만원을 모았더군요.”

현대오일뱅크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유가족에게 총 46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포격으로 폐허가 된 학교의 급식시설을 새로 공급해주고, 교사들을 충남 대산공장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권 사장과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의 이 같은 뜻과 지원에 연평부대 관계자는 “기업의 지원은 우리 군이 국민의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표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적과 싸우는 연평부대원들의 사기가 높아지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포격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2일 연평도 현장을 찾은 권 사장은 “참혹한 현장을 직접 보니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참 한심했다”며 “국가가 없으면 나 자신의 삶부터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산업만 해도 단 한번의 폭격으로도 끝장”이라며 강한 군사력과 든든한 국방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1社 1병영] "연평도 피격 땐 가슴 쓰려…장병 사기진작 위해 할 일 많다"

◆돕고 싶은 일 많다

그는 무엇보다 3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군대 막사를 확인한 뒤 후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연평부대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연평도는 남산만한 섬입니다. 하루 종일 적막한 산속에서 바다만 지켜보면 얼마나 쓸쓸하겠습니까. 후임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 줄 계획입니다.”

권 사장은 군과 지역주민 간 가교가 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앞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연평부대와 함께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평부대 역시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부대 측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기업들의 지원이 유가족에게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며 “이런 도움이 연평부대뿐 아니라 전 부대에 확산돼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높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에 ‘해병대 정신’ 실천

권 사장은 개인적으로 해병대 생활을 통해 적극적인 사람으로 바뀌었고 희생과 봉사정신 투지 책임감을 깊이 새기게 된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재산이라고 자평했다.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 기업경영도 군이 국토 수호를 위해 벌이는 전투와 조금도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그 정신을 기업 경영에 실천하려 애쓴다는 것이다. 취임 후 임직원 95%가 참여해 급여의 1%를 사회에 기부하고, 모든 직원이 구내식당에서 똑같은 식판으로 함께 식사를 하도록 한 데 이어 자신이 타는 최고급 승용차를 직원들의 웨딩카 등 경조사 차량으로 쓰도록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