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1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숨가쁘게 움직였다. 전날 합의안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에서 뒤집히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한나라당은 강행 처리 절차에 들어갔고 야당은 회의장 점거로 맞섰다.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민주 · 민노당 의원 30여명이 회의장을 점거,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남 위원장은 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남 위원장은 오후 7시30분께 회의장 밖에서 산회를 선언했다. 남 위원장에 이어 한나라당 외통위원 7명도 퇴장했다. 6시3분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지 1시간 30분 만이었다.

회의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취재진조차 진입이 막혔다. 외통위 전체회의는 당초 오후 6시30분께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의 소식을 들은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달려왔다. 민노당 의원들까지 가세, 소회의실에서 전체회의실로 통하는 길을 막았다.

민주당 의원 30여명과 한나라당 외통위원 7명,민노당 의원 등 40여명은 한 시간가량 대치했다. 남 위원장은 바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이혜선 민노당 최고위원은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데 문 걸어 잠그고 뭐하는 겁니까"라며 소리를 질렀다. 남 위원장은 여러 번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외통위 회의실엔 강기갑 의원 등 민노당 의원 5~6명만 남았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이제 FTA 처리는 외통위 손을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새벽 여 · 야 · 정 절충안이 도출됨에 따라 오전만 해도 물리적 충돌 없이 비준안이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오전 11시께 의원총회에서 '선(先) 한 · 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협상 착수,후(後) 비준안 처리'를 고집하면서 강경입장으로 바뀌자 상황은 달라졌다.

한나라당은 오전 11시로 예정된 의원총회를 오후 4시로 미뤘으며 오후 1시30분 예정이었던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 등 3당 원내대표 간담회를 취소하면서까지 막판 조율에 매달렸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 위원장,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오후 3시께 여야 4인회동을 갖고 최종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